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대다수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대응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중국만 홀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부동산 등 자산가치는 하락하고 소비·투자가 동시에 침체되면서 중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 경제 회복에 편승해 하반기 반등을 기대했던 한국의 경제 회복 시나리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밝힌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0.3% 하락했다. 중국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2월의 ―0.2%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는 이미 10개월째 마이너스 상태다.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침체, 청년 실업률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소비가 얼어붙은 게 직접적 원인이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도 14.5% 줄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중국 의존도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투자는 급감하고, 해외기업 생산시설은 인도, 베트남 등지로 빠져나간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외 개방을 새로운 수준으로 높여라”고 주문했지만 반향이 크지 않다. 정부가 연일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도 중국 국민들은 돈 쓰기를 꺼리면서 저축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침체가 한국의 수출 위축, 성장률 하락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한국의 대중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25% 줄었다. 14개월째 감소세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도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4%로 0.1%포인트 낮추면서 그 이유로 ‘중국의 투자, 수입 전망 하락’을 꼽았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고대해 온 중국 경제의 하반기 회복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젠 중국의 내수·수출 장기침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상수(常數)로 놓고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 이달부터 원상 복구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내수를 북돋울 방안들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수출대상국 다변화 속도도 높여야 한다. 최근 인도 시장에서의 자동차, 일본 시장에서의 화장품 등과 같은 성공 사례를 여러 분야, 여러 기업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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