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복구가 한창인 와중에 태풍 카눈이 비구름을 몰고 한반도에 상륙한다. 기상청은 오늘 오전 카눈이 남해안에 진입한 후 오후 충북 청주를 지나 밤늦게 수도권을 거쳐 북한 지역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라고 예보했다. 예보대로 태풍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할 경우 1951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다. 남북을 종단으로 훑고 지나가는 태풍 카눈의 예상 진로를 보면 “어느 지역 하나 안전한 곳이 없다”는 기상청의 발표대로 전국이 태풍의 위험지역 안에 들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역대 태풍은 바람이 세면 비의 양은 적고, 폭우를 동반하면 바람은 약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번 태풍은 폭우와 강풍을 동시에 몰고 올 전망이라고 한다. 역대 태풍보다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이면서 펄펄 끓는 바다로부터 다량의 수증기를 빨아들여 극한호우에 버금가는 비를 뿌린다는 것이다. 특히 태풍의 오른쪽 지역인 강원 영동과 영남에는 최대 400∼600mm의 물 폭탄이 예상된다. 태풍은 상륙 후에는 속도가 떨어지면서 세력이 약해지지만 이번 태풍은 내륙을 관통하는 데다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 강풍 피해에도 경계를 늦출 수 없게 됐다.
예상 진로와 세력 모두 일찍이 겪어본 태풍과 다른 만큼 대비 태세도 달라져야 한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영남 지역만 휩쓸고 지나갔는데도 경북 포항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이 침수돼 9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지하차도와 반지하 등 침수에 취약한 지하 공간의 배수와 차수 시설을 점검해야 한다. 최근 기습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났던 경북 지역은 지반이 약해진 상태여서 이번 태풍으로 추가 붕괴의 가능성도 있다. 기상 상황에 따라 선제적인 대피로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도심 지역도 침수 대비는 물론이고 옥외 시설물과 간판 등이 강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해 두어야 한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50명 가까이 숨지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은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특히 14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중앙 및 지방 정부와 경찰 소방 어느 한 곳이라도 매뉴얼대로 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참사였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한 비구름과 바람이 내륙을 관통한다는 예보다. 예보와 달리 태풍의 위력이 약해진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만반의 준비를 해둬서 손해가 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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