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열어 “전쟁 준비를 더욱 공세적으로 해야 한다”며 전선부대들에 군사행동 지침을 내렸다고 북한 매체가 어제 보도했다. 김정은은 또 “전쟁억제력 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확대 보유하고 기동적으로 실전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사진 2장도 공개됐는데, 손끝은 서울과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김정은이 ‘공세적 전쟁 준비’를 지시하고 핵무기를 뜻하는 ‘전쟁억제력’을 운운한 것은 심리전 차원의 위협을 넘어 직접적인 도발 예고일 수 있다. 김정은은 올 4월에도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열어 “전쟁억제력을 공세적으로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당시엔 미군기지가 있는 경기 평택 부근을 가리켰다. 북한은 사흘 뒤 미국을 겨냥해 개발한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렸다. 통상 6개월 간격이던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올해 들어 네 번이나 연 것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김정은이 전쟁 준비를 직접 지시한 것은 18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정상회의와 21∼24일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을 앞두고 나왔다. 3국 정상이 북핵 대응 등을 논의하기에 앞서 위기감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강화된 한미 군사훈련을 “북침 연습”이라고 주장해 온 만큼 이를 계기로 도발하려는 명분 쌓기일 수 있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래 핵실험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도발을 감행했다. 올 들어선 김여정이 느닷없이 미국과 일본을 향해 대화 가능성을 떠보다가도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기항 땐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한다”며 핵 선제 사용을 협박했다. 도발과 유화 가능성을 뒤섞는 전략이지만 한미일 3국 공조에 분열 책동은 먹히지 않고 있다.
북한은 5월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면서 내부적으로 체면을 차려야 할 이유가 있다. 북한이 공해상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ICBM과 기술적으로 다를 게 없는 위성 발사체를 다시 발사할 수도 있다. 우리 군은 높아지는 긴장 속에 김정은의 군사행동 지침을 받은 북한군과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도 각별히 대비하며 위기관리 태세를 철저히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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