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에 묶인 이란 자금 70억불 해제… 교류 활성화로 이어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1일 23시 57분


한국에 4년간 동결돼 있던 이란의 석유결제 대금 70억 달러(약 9조2000억 원)가 풀린다. 미국이 이란에 수감된 자국민 5명을 석방하는 등의 조건으로 대(對)이란 금융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하기로 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9년부터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묶여 있던 자금을 이란에 넘겨줄 수 있게 됐다. 양국 관계의 긴장을 높여온 주된 걸림돌을 해소하게 되는 것이다.

석유매장량이 세계 4위인 이란은 2017년 한국과의 수출입 규모가 120억 달러가 넘었던 중동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다. 서방과의 갈등 격화 속에서도 석유화학, 가스 등 에너지와 플랜트 건설, 자동차와 전자제품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과의 거래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과의 핵합의(JCPOA)가 깨지고 이에 반발한 이란이 고농도 우라늄 농축을 재개하면서 한층 강경해진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했다. 국내 은행 2곳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계좌 내 자금이 동결되면서 교역이 중단된 것도 이때다.

동결자금이 해제되긴 했지만 미국의 대선 후 정책변화 가능성과 향후 중동 정세 등 한-이란 관계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적잖다. 국제사회의 비확산 정책과 핵 협상, 경제 제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구도는 양자적 접근을 통한 해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란이 2021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케미호’를 나포하고, 국제중재재판소 제소를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했음에도 한국이 자금 동결을 해제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장기간 경색된 한-이란 양국 관계가 하루아침에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다른 모든 금융제재들은 유지되고 있어 리스크도 여전히 크다. 다만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중동의 외교 지형이 급변하고 있고, 미-이란 간 핵합의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이 이어지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과 이란은 2016년 ‘양국 포괄적 파트너십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협력 강화를 약속했던 사이이기도 하다. 정부와 기업은 외부 환경의 변화 흐름을 살피면서 비즈니스 기회가 다시 열릴 때를 대비해 통상, 인력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란 자금#교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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