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 70주년을 축하하며[기고/이세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3일 23시 33분


이세돌 바둑기사
이세돌 바둑기사
해양경찰 창설 7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울러 오늘도 망망대해와 외진 섬마을 등에서 국민의 생명보호와 해양안전, 그리고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계시는 1만3000여 해양경찰 여러분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제가 나고 자란 신안 주변의 서해 바다와 항포구 등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계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가족 여러분과 김인창 청장님에게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의 고향은 비금도입니다. 저는 서해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가 노래하는 명사십리와 초구지 해변에서 뛰어놀며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고향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보물 창고와도 같습니다.

저는 2016년, 기계문명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알파고와 대국했을 때, 어쩌면 제 영혼의 한쪽에서는 제 고향 명사십리의 무수한 모래 알갱이들이 수많은 경우의 수가 돼 저를 응원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제가 이처럼 고향이 주는 응원과 함께 영감을 받으며, 유년의 행복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제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과 이웃의 덕택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다는 아닐 것입니다. 해양오염을 막고 범죄를 예방하는 해양경찰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과 수고로움이 이룬 총합의 결과로서만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제가 바둑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제 고향분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고 섬 생활을 하는 제 가족,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시는 해양경찰에게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섬사람들은 예전에는 심하게 비바람이 치고 파도가 높아지면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곤 했습니다. 그때는 육지와 연결되는 모든 배편이 끊겨 급하게 육지로 나가야 할 일이 생기더라도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립과 절망감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태풍이 불고 온 세상이 칠흑 같은 어둠에 덮이더라도 제 어머니와 같은 섬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누군가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생명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바로 해양경찰 덕택에 제 고향 섬사람들은 위급 상황에서 벗어나 안전한 해양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서해지방해양경찰은 제 이웃들이 응급 상황에 처했을 때 경비정을 긴급 출동시키거나 헬기를 띄워 육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어선 사고 등 각종 해양사고를 처리하며 제 가족과 이웃들을 돕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해양경찰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국민 곁에서 국민들이 필요로 할 때 함께하는 진정한 국민의 친구가 되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지금처럼 해양자원을 보호하고 어민의 생업을 보장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해양경찰, 국민의 든든한 해양수호자로 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해양경찰 여러분! 70년의 성상(星霜)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을 항상 응원합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7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해양경찰#7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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