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무노동 유임금’ 국회의원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4일 구속됐다. 당연히 국회 본회의·상임위원회 출석, 지역구 활동 등 의정 활동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달 20일 국회의원 월급날엔 윤 의원 통장에도 월급이 들어온다.
국민 상식과 달리 국회의원은 구속 중에도 매달 평균 1300만 원이 넘는 세비, 즉 월급을 받는다. 의원들이 만든 국회의원수당법에는 구속됐을 때 수당 지급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세비에는 일반수당, 입법활동비, 명절휴가비 등이 포함된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 출신 이상직 정정순 전 의원이 의원직 상실 전까지 구속 중에 세비를 받았다.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이 15개월이 넘는 구속 기간 받은 세비는 2억 원을 넘겼다. 대한민국 평균 임금 근로자는 매달 154시간을 일한 대가로 월급 350만 원을 받는다.
국회 밖에서 ‘무노동 유임금’을 깨려는 시도가 있었다. 2021년 12월 15일 참여연대는 의원 구속 중 수당 지급을 중단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개정안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청원은 “사실상 의정활동이 불가능한 구속 기간에 수당을 지급해 세금을 낭비해선 안 된다. 이런 비판과 공분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국회의원수당법 개정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해당 청원은 국회에서 600일 넘게 계류 중이다. 청원은 일반 법안과 마찬가지로 국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청원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은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입법 기관인 국회가 ‘옥중 수당’ 방어를 위해 헌법상 권리를 600일째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해당 청원에 대해 검토보고서를 내긴 했다. 검토 결과는 “구속 중이라도 의원의 신분, 자격이 정지되지 않는다. 보좌직원을 통해 지역구 및 의정 활동을 지속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대리’ 의정 활동이 가능하니 ‘옥중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로 들린다. 총선 때마다 ‘인물 경쟁력’을 앞세워 한 표를 호소해 놓은 것과 앞뒤가 안 맞다.
국회 안에서도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양당에서 초선, 중진 의원 할 것 없이 국민 정서에 부합해야 한다며 여러 개정안을 내놨다. 구속된 국회의원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이자까지 더해 못 받은 수당을 한 번에 받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한 의원은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갔는데 혈세로 ‘영치금’을 지급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2020년 6월 발의된 법안도 3년 넘게 국회 운영위에서 계류 중이다.
2017년 2월 당시 바른정당 원내대표였던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의원 스스로 결정하던 세비를 국민에게 맡기자. 우리들의 주인인 국민이 세비를 결정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구속 중인 의원의 세비만이라도 국민이 결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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