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개국에서 4만3000명이 참가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1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일 행사 첫날부터 전북 새만금 야영지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부실한 부대시설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마음 졸였던 국민들은 마지막 날 웃는 얼굴로 인천공항을 떠나는 대원들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기업과 대학, 종교단체, 그리고 시민들이 제 일처럼 나서서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한 대원들을 위해 숙소를 내주고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응원해준 덕분이다.
이제는 100년 잼버리 역사상 최악으로 기억될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 원인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잼버리 직접 사업비만 1171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 만큼 철저한 책임 규명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잼버리 조직위원회 소속 5개 기관과 집행위원회를 맡은 전북도 등 8개 기관 가운데 “내 책임”이라며 고개 숙이는 곳이 한 곳도 없다. 중앙부처는 “지방자치단체 탓”이라 하고 지자체는 “중앙의 컨트롤타워가 문제”라고 한다. 대형 국제행사를 치르며 감투 나눠 가지기 바쁘던 사람들이 문제가 터지자 감투가 무색하게 다들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5개 기관 중 잼버리 준비를 주도해온 곳이 여성가족부다. 그런데 잼버리 출범 당시 초대 위원장이었던 전 여가부 장관은 “여가부에 과잉 지탄”이 가해지고 있다고 했다. “모든 게 차질 없이 준비됐다”고 큰소리치던 현직 장관은 입을 닫았다.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책임에 관해) 답하기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행사는 새만금 갯벌을 야영장으로 선택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부지 선정 당시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맡았던 이는 “내 잘못은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다”고 한다. 자기는 새만금을 찬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범한 스카우트 대원도 하지 않을 무책임한 말을 전직 총재가 하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 참사가 더욱 뼈아픈 건 1991년 8월 무더위 속에서도 강원 고성 잼버리를 성황리에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고성 잼버리의 직접 사업비는 162억 원으로 현 가치로 환산하면 442억 원으로 새만금 잼버리의 38% 수준이다. 32년간 경제 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졌는데 행정력은 퇴보한 이유가 뭔가. 의사 결정과 집행 과정의 난맥상을 돌아보고 예산 집행 내역을 꼼꼼히 따져 실패의 원인을 찾고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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