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가치[임용한의 전쟁사]〈276〉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4일 23시 45분


고전의 발견, 개인의 가치와 자유의 존중, 인간 능력의 제한을 부정하는 다재다능한 만능인, 르네상스를 특징짓는 현상들이다. 이런 요소를 집어내고 학술적으로 정착시킨 사람이 스위스의 역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1818∼1897)이다.

부르크하르트는 중세에는 종교는 자연과 인간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제약했다. 사회는 신분과 직업에 따라 사람의 생각과 행동, 직업과 역할에 제약을 걸었다. 르네상스는 이런 꺼풀을 걷어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곳도 아닌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터져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해석은 당시 이탈리아에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신분제의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서얼 차별도 없었고, 불륜으로 태어난 사생아도 국왕이 되는 데 지장이 없었다.

이 놀라운 자유의 대가로 이탈리아는 예술의 나라가 된다. 국가 경영, 전쟁까지 예술의 경지에 오른다. 여기서 부르크하르트가 말하는 예술로서의 국가란 군주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는 통치방식을 말한다. 물론 그 군주가 추구하는 세상도 다 다르다. 신이 지시하는 세상도 아니고, 국가의 구성원들이 오랜 고민과 경험으로 합의에 이른 체제도 아니다. 공과 사가 얽혀 있고, 수단과 방법에 제한이 없는 체제이다.

예술로서의 전쟁은 어떨까? 14, 15세기에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용병대장을 고용해 전쟁을 치렀다. 전쟁은 더할 나위 없이 추악한 목적과 비열한 방법, 배신, 학살을 가리지 않고 수행되었다. 이것이 르네상스의 자유의 결과이고, 예술화된 세계의 경지이다. 물론 이 후유증(?)으로 가장 위대한 예술가와 근대과학과 시대를 만든 능력과 최첨단의 무기와 군사전략도 탄생한다.

부르크하르트의 설명에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지만,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하다. 인간 세상에서 아름다운 가치, 매력적인 단어가 아름답고 건전한 상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자유로운 세상은 모든 악이 개방된 사회였다. 그렇다면 자유를 다시 봉인하면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 전쟁이 무섭다고 무장해제를 할 수 없듯이, 자유의 가치와 악용을 직시하고, 자유의 가치를 살려야 한다.

#자유의 가치#고전의 발견#스위스의 역사가#야코프 부르크하르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