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경고가 나왔다. 2년 연속 1%대 성장이 현실화된다면 성장률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54년 이후 처음이 된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의 충격으로 역성장하거나 0%대 성장률을 보였다가도 다음 해 금방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의 회복력이 약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로 집계됐다. 2월 말 2.1%에서 3월 말 2.0%로 내려간 뒤 3개월 만에 1%대로 떨어졌다. 정부(2.4%)나 한국은행(2.3%)의 내년 전망치를 밑돈다.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도 평균 1.1%로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가 하반기엔 좋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의 기대감은 옅어진 지 오래다. 수출은 8월 들어서도 10일까지 마이너스로 출발하는 등 11개월째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월에 수출 감소 폭이 한 자릿수로 줄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두 자릿수로 확대됐다. 2분기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0.1% 줄어드는 등 내수 회복도 더디다. 배럴당 6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도 최근 90달러를 넘볼 정도로 올라서며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중국의 대형 부동산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 경제의 거품이 꺼지고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부동산이 흔들리면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 경제에도 수출 감소, 성장률 하락 등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저성장의 고착화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근본적 구조 개혁과 경제 체질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구호만 요란한 노동·연금·교육 등의 3대 개혁과 규제 개혁도 이제는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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