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2개월간 전국의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4090명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한 결과 위조한 자격증으로 매물을 중개하고 분양업체로부터 뒷돈을 받는 등 785명(19%)의 법규 위반 행위 824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올 5월 수도권 공인중개사 242명을 대상으로 한 점검에서는 위반 행위 108건이 적발됐는데 점검 대상을 전국으로 넓혔더니 적발된 위반 행위 건수가 8배로 늘어난 것이다.
국토부의 점검 결과를 보면 무자격 중개 행위, 중개료 초과 수수와 뒷돈 받기, 전세사기 가담 등 온갖 불법 행위가 망라돼 있다. 모 공인중개사는 해외에 체류하면서 중개보조원에 자격증과 등록증을 주고 사무소를 대신 운영하게 하다 적발됐다. 분양업자 및 바지임대인과 공모해 깡통전세 계약서를 써주고 뒷돈을 받거나 중개보조원으로 신고도 하지 않고 공인중개사무소 ‘팀장’ 명함을 달고 유튜브 채널에서 매물 거래와 대출 상담을 한 사례도 있었다. 전세사기를 막아야 할 이들 중 상당수가 부동산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국가 공인 자격증을 보유한 공인중개사는 법적으로 성실 중개 의무가 있는 전문직이다. 그런데 얼마 전 경찰이 주도한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 과정에서도 공인중개사들이 세입자들을 위한 방패막이가 되기는커녕 전세사기에 적극 가담하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 정부가 지난달 수사 의뢰한 전세사기 의심자 1034명 가운데 41.3%가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가 매년 2만 명씩 증가해 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양적으로 늘어난 데 비해 질 관리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개사 믿고 계약하겠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의 일탈 행위는 중개사만 믿고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와 계약을 맺는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고 부동산 계약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공인중개사의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중개사가 피해자들에게 주는 배상금도 한도를 높여야 한다. 양심적으로 영업해온 공인중개사들까지 손가락질받지 않도록 자정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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