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일, 공동 위협 즉각 공조… 準동맹 속 韓 역할 재설정할 때

손 흔드는 한미일 정상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공항에서 탑승 전 손을 흔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로 가기 위해 에어포스 1에 탑승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도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정상회의 참석 차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AP·뉴시스, 아사히신문 제공

한미일 정상이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3국 간 협력 방안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 그리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채택했다. 이제 세 나라는 제도화한 공조의 틀을 바탕으로 안보와 경제, 기술 등 전방위 분야에서 협력을 본격화하게 됐다. 대상 범위는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를 포괄한다. 3국이 역내 현안들에 공동 대응하는 공식 다자 협의체가 출범한 것이다.

한 차원 격상된 한미일 삼각 협력은 규율된 원칙의 구속을 받는 글로벌 안보·경제 체제의 핵심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국은 정상회의뿐 아니라 국가안보실과 외교, 국방, 산업부 수장 간 회담도 정례화했다. 정상들이 ‘역내외 공동 위협’에 대해 협의, 공조한다는 내용은 아예 별도의 문건으로 공약했다. 경제안보 분야의 핵심인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핵심광물 등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런 과정들이 ‘뉴노멀’로 안착하면 쿼드(Quad)나 오커스(AUKUS)를 뛰어넘는 준(準)동맹 수준의 협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이제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이슈의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할 책임을 안게 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 아니라 첨단 기술, 사이버, 해양, 보건, 여성 등까지 총망라된 현안들에 대해 3국이 ‘원팀’으로 대응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요구받게 될 것이다. 주요 플레이어인 한국이 다양한 외부 변수를 엮어가며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정학적, 경제적 상황이나 역사적 경험이 다른 3국 간 접근법이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대중 견제 전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군사적 지원 수위,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같은 유사시 대응 방안 등을 놓고는 지금도 적잖은 견해차가 존재한다. 3국 협의 강도를 높인 만큼 각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여지는 좁아져 있다. 협의 과정에서 대내외적 갈등과 반발에 직면하는 상황도 때로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미일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을 바탕으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삼각 협력의 실질적 결과물들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3국 협력을 되돌릴 수 없는 안보 메커니즘으로 구축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그 취지와 비전을 국회와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신냉전 속 진영화의 부작용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삼각 협력도 더 공고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