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이 18일 정상회의 후 채택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 3국 간 군사안보 공조만큼 주목되는 것은 경제, 기술 분야 협력 강화다. 세 나라는 반도체 및 배터리 핵심 광물의 공급망 확보와 금융은 물론 청정에너지와 바이오, 인공지능(AI), 우주, 양자기술 등 첨단기술 분야를 총망라하는 포괄적 협력을 약속했다. 경제안보를 다지고 성장 기반을 닦을 역내 다자 경제협력체로서의 출범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미일은 국내총생산(GDP)과 교역 규모가 전 세계 3분의 1을 차지하는 글로벌 경제의 주요 플레이어들이다. 미국의 원천기술과 자금력, 한국의 기술력과 제조 역량,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이 합쳐지면 강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3국이 주요 물자 부족에 대비해 구축기로 한 ‘조기 경보 시스템’은 공급망의 안전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AI와 디지털 분야의 국제규범을 함께 마련하려는 노력은 본격화하는 글로벌 규제 논의에서 3국의 주도권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한 차원 높아진 경제 협력의 기대 효과가 큰 만큼 리스크도 적잖다.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노골적으로 반발한 중국은 특히 한국을 겨냥해 “진흙탕에 발을 담그는 것”, “미국 패권의 바둑돌이 되면 안 된다” 등의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3국이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명기한 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공동 대응 수위를 높이게 될 경우 러시아와의 갈등 또한 피해 가기 어렵다. 이들 국가의 경제 보복, 통상 마찰 등은 한국에 더 타격이 될 수 있다.
‘자국 우선주의’ 강화 움직임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으로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은 불이익을 일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미래 핵심산업 분야에서 각국은 파트너인 동시에 치열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다른 환경과 조건을 조율해 가며 상호 윈윈할 시너지를 창출해내야 한미일 경제협력체가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는 말이다.
3국은 역내에서 제기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서로의 국익을 키워줄 수 있는 협력 방안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매년 1회 정례화를 약속한 상무·산업장관 회담과 신설에 합의한 재무장관 회담 등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각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야말로 삼각 협력 강화는 물론 역내 전체의 경제 번영까지 이끌어낼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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