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둘째 주 인터넷 교보문고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책은 ‘주택과 세금’이었다. 한 권에 7000원인 이 책은 초판 1만 부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 20여 일 만에 4만 부를 더 찍었다. 책에는 취득부터 임대, 양도, 상속 등 집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단계별 세금과 계산 구조가 정리돼 있었다. ‘양포세’(양도소득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주택 세제가 복잡해지자 국세청이 발간한 세금 해설서가 이례적으로 인기를 끈 것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선 부동산 관련 세제는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다만 ‘부동산 양도세 알기 쉽게 새로 쓰기’를 개정안에 담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과열됐을 때는 과세 강화를, 침체됐을 때는 세제 지원 확대를 위한 개정이 누적돼 양도세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했다. 집을 한 채라도 샀다 팔면 다 내는 세금인데도 워낙 어려워 혼란을 초래하는 만큼 쉽게 고쳐 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행 조문은 암호나 마찬가지다. 양도세를 가늠해 보려고 법을 찾아보면 ‘양도소득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에 세율을 적용해 양도소득 산출세액을 계산한다’는 게 계산의 출발점이다. 게다가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취득세 등은 ‘필요경비’로 보고 빼준다는 사실은 조문을 몇 개 더 읽어 내려가야 알 수 있다. 계산에 포함되는 내용들이 흩어져 있어 계산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없다. 이번에 정부는 대략적으로라도 양도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계산 구조 등을 설명하는 개관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본인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1주택자에 해당되는지 역시 법을 읽어 봐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1주택자로 비과세를 적용받으려면 집값이 12억 원이 넘지 않고 2년 넘게 보유하면서 거주 기간도 2년 이상(조정대상지역 기준)이 돼야 한다. 하지만 보유, 거주 기간의 계산 방법 등 관련 사항들은 논리적 연관성 없이 여러 항에 분산돼 있다. 정부는 논리적 체계에 따라 조문을 다시 배열하면서 관련 내용은 같은 항에서 규정하고 복잡한 사항은 도표로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
계산 구조도 복잡한데 가독성마저 떨어지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더 커진다. 지난해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돌려준 세금 중 양도세는 4300억 원이었다. 2016년보다 2.6배 불어난 규모다. 전체 국세 환급금은 6년 새 1.8배 늘었다. 되돌려준 양도세가 유독 큰 폭으로 늘어난 건 복잡해진 부동산 양도세제와 무관치 않다. 잘못 부과된 세금을 바로잡아 달라며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양도세 심판청구 건수는 2016년 731건에서 2019년 1142건까지 치솟았다가 줄고 있다.
한 세무당국 관계자는 “세금은 사회과학”이라고 했다. 사칙연산만으로 세금이 계산되는 게 아니고 가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현실론을 감안해도 부동산 세제가 누더기가 된 데는 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 탓이 크다. ‘예외의 예외’를 덧붙이며 고치다 보니 전문가들도 놓치는 지점들이 생겼다. 이제는 더 이상 세제를 정치에 동원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원칙을 세워야 한다. 부동산 양도세 새로 쓰기에서 멈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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