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근무하던 시절 한 법조인에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의견이 다를 때 아래 참모들이 슬며시 다가와 ‘설득의 스킬’을 발휘해 논리를 들어 설명하면 내심 점찍었던 결론을 변경했다는 것. 이 인사는 “공방을 주고받은 것도 아니고 결론에 탈도 없었던 만큼 서로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 역시 “처음엔 고집이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반대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윤 대통령이) 후배들의 의견을 수용하곤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뚝심은 후배들의 ‘미세 조정’으로 뒷받침된 때가 많았다. #2. “윤 대통령은 대마(大馬)를 잡는 스타일이다.”
한일 관계 정상화에 나선 윤 대통령이 올 3월 일본 도쿄를 방문한 직후 국내 여론이 심상치 않던 때 한 대통령실 인사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바둑에 빗대 이렇게 말했다. 협상 문구 하나하나를 따지는 일본과 다른 만큼 정상 간 논의를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해가는 일본 언론의 ‘잔펀치’에도 불구하고 종국적으론 윤 대통령의 구상에 일본이 올라탈 거라는 관측이었다.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협력을 제도화한 현 시점에 돌아보면 이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간파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대통령의 굵직한 스타일을 섬세히 보완하거나 때로는 다른 의견을 내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참모들의 역할이 여전히 절실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사실 대선후보 시절이던 2021년 겨울 윤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고의 인재,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권한을 이임하고, 그들을 믿고 일을 맡기는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참모 수를 줄여 정예화하고,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를 꾸려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춘 정부를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대통령 말고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 평가다. 그사이 윤 대통령은 3대 개혁을 독려하는 동시에 “공산 전체주의 맹종 세력”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 등 강한 표현으로 더욱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 의지가 부각되다 보니 참모들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의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부처가 활발한 토론을 했다는 얘기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린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저도에서 보낸 여름휴가에 잠시 동행했던 몇몇 참모와 행정관, 의원들이 특별히 더 신뢰받는 것 아니냐는 식의 자체 해석도 들린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둔 마당에 대통령의 모든 것이 ‘시그널’로 작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부처의 창의성보다는 대통령 의중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 한미일 정상회의 후속 조치의 면밀한 이행을 위해선 참모들의 섬세함도 필요한 때다. 윤 대통령이 집권 2년 차 개각에 들어갔다. 대통령을 보완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 있으면 개인적 인연에 머무르지 않고 소신껏 바꾸고 배치하는 게 국민을 위한 길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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