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일당 독재국가 오세아니아에서 과거의 신문기사를 수정, 조작하는 일을 한다. 당과 수령(빅브러더)의 ‘무오류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웰은 기록 조작, 문서 검열, 감시의 일상화 등 스탈린 지배하의 소련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
사실 사회주의 독재국가들에서 최고 지도자의 무오류성에 대한 집착은 공통된 현상이다. 북한에서는 2013년 장성택이 반역 혐의로 처형된 후 신문, 방송 등에서 그의 사진과 기록이 삭제됐다. 당과 군을 주무르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2인자가 하루아침에 존재하지도 않은 인물이 된 것이다. 후계체제 구축의 일등공신인 장성택에게 권력을 몰아준 김정은이 입장을 180도 바꿔 그를 제거한 통치 모순을 해소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3연임을 확정하며 장기 집권의 길을 연 시진핑의 중국도 최고 지도자의 무오류성이라는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대표적이다.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 봉쇄로 지난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0.4%로 급락하는 등 위기에 직면했지만 시진핑은 기존 방역 정책을 고수했다. 방역 완화가 필요하다는 중국 내 전문가들의 의견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시진핑은 올 초 연설에서 “3년간 코로나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시행한 것은 ‘정확한 선택’이었다”고 못 박았다.
‘시 황제의 무오류성’은 이제 대가를 치르고 있다. 3년의 팬데믹 기간에 과도하게 위축된 소비와 생산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에도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지난달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2.7% 증가에 그쳐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로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하는 등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문제는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는 중국 정부의 ‘거버넌스 리스크’다. 중국 정부는 올 6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인 21.3%에 달하자 지난달부터 해당 통계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가경제에서 가장 기본인 고용통계조차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단한 것이다. 앞서 팬데믹 기간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 및 사망자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해 12월부터 관련 통계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지배집단의 무오류성을 위해 기록(통계)마저 은폐, 왜곡하는 사회에서 건전한 정책 비판을 통한 환류(feedback)는 불가능하며, 이는 정책 실패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최근 중국 부동산발 경제위기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금융센터의 보고서(중국 부동산시장 전망 및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은행 부실채권(NPL) 비율은 2018년 3분기 1.9%에서 올 1분기 1.6%로 낮아졌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실제 부실 규모가 정부 통계의 약 5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은 부동산 대출이나 지방정부 채무에 숨겨진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사회주의 독재체제의 무오류성에 감춰진 리스크를 직시하고 더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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