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신궁’ 김진호 한국체육대 교수(62)는 선수 시절 근력이 약했다. 힘이 없으니 그가 쏜 화살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곤 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가는 팔로 어떻게 활을 잘 쏘냐”고 묻곤 했다. 그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활을 힘으로 쏘나요. 요령으로 쏘는 거죠.”
한국 양궁의 국제대회 첫 금메달도 그의 여린 팔에서 나왔다. 예천여고 2학년이던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장력이 좋은 플라스틱 재질의 활을 사용했는데 나는 연습용 나무 활을 들고 대회에 나갔다. 그런 활로 금메달을 땄으니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누구보다 잘하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산행이었다. 그는 태릉선수촌의 단골 훈련이던 ‘불암산 등산’을 누구보다 즐겼다. 그는 “내게 등산은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다. 불암산에서 가장 힘든 ‘깔딱고개’를 넘고 나면 무한한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곤 했다”고 했다.
산에 대한 애정은 지금도 여전하다. 최근엔 겨울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2021년 그는 안식년을 받아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언니 집에 두 달가량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눈 덮인 주변 산을 올랐다. 그는 “두 발이 눈에 푹푹 빠지는 산길을 한 번에 3∼4시간씩 걸었다”며 “순백의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이 정말 컸다”고 했다. 작년 12월에는 제주도 전지훈련을 마친 한국체대 양궁부원들과 함께 눈 덮인 한라산 정상에도 올랐다. 그는 “언젠가는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먹는 것이다. 그는 “먹는 낙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간식도 수시로 먹는다”며 웃었다. 그의 연구실에는 커피와 차,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과자와 과일 등이 가득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먹는 걸 조절하거나 하지 않고 마음껏 먹는 편”이라며 “잘 먹고 행복한 게 최고”라고 했다.
여전히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치는 하지 않더라도 먹는 데에는 아끼지 말자는 주의다. 이왕에 먹는 거라면 최대한 몸에 좋은 음식으로 먹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는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이왕 먹을라치면 수제버거와 주스를 먹는다. 닭고기도 튀김 닭보다는 백숙 위주로 즐긴다. 곰탕이나 설렁탕 등을 먹을 때는 소금이나 양념 등을 넣지 않는다. 그는 “외식보다는 주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편”이라며 “뷔페 등을 갈 때면 샐러드나 과일 위주로 양껏 먹는다”라고 했다.
1995년부터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올해 1학기부터 대학원장을 맡았다. 그는 “은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직을 맡게 됐다. 학교를 위해, 또 한국 양궁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그는 “지금처럼 건강하다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악기도 배워 보고 싶고, 시도 쓰고, 책도 내 보고 싶다. 그동안 양궁 외길을 걷느라 해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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