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친명-비명에 매달릴 것인가[동아시론/이현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9일 23시 45분


민주당, 혁신안 뒷전 밀리며 진영 대결 본격화
이 대표 사법처리 당내 공방, 국민은 피곤 느껴
도덕성 회복 위한 지도부의 과감한 리더십 필요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회가 당내 혁신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어제와 그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 혁신안이 주요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유는 정기국회를 대비하는 이번 모임에서 당내 갈등이 야기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써 혁신안은 주요 안건으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쇄신과 통합을 명분으로 삼았던 혁신위의 최종안이 거부되면서 친명과 비명의 대결이 본격화될 조짐이 보인다.

민주당 내부가 친명계와 비명계로 구분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인물 중심적 틀에 갇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친명에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검찰의 조작수사를 막는 것을 민주당의 당면과제로 여기고 있다. 비명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당에 부담이 되어 정치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친명과 비명의 대립적 시각은 계속 심화되고 있을 뿐 당내 갈등 해결을 위한 공감대 형성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분당(分黨)의 시나리오마저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이 대표를 방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다 보니 민주당 자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기 싸움을 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거대 정당으로서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여론을 외면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은 100명 이상의 의원이 불체포특권 폐지를 서약하고 나섰다. 반면에 민주당은 혁신위가 첫 번째 쇄신안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했지만 거부되었다. 비명계 31명의 의원은 포기 서약을 했지만 친명그룹 의원들이 반대한 것이다. 다분히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상황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이처럼 여론의 요구를 외면하면서 당의 이념과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재명 대표 아래서 민주당은 책임정당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검수완박을 처리하기 위해 기획 탈당으로 비난받았던 민형배 의원의 복당이 4월 허락되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잘못된 결정이다. 한편, 돈봉투 사건과 관련하여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은 자신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자 탈당했고 민주당은 당의 부담을 덜어냈다. 불법 행위가 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때 발생했는데도 관련 의원들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한 것이다.

민심은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처리 공방에 묶여 있는 것에 피곤을 느낀다.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와 관련하여 검찰을 압박하기 위해 민주당이 국회법에 따르지 않고 8월 국회를 조기 종료한 것에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아야 한다. 심지어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상정되면 퇴장하겠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으름장에 민심은 비겁함마저 느낀다. 점점 꼼수가 묘수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민주당에 시급한 것은 정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도덕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친명과 비명 모두를 아우르는 과제라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당내 갈등을 완화할 방안이 된다. 먼저 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자들에 대한 당 지도부의 단호한 입장이 요구된다. 그간 수차례에 걸쳐 이 대표가 강성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했지만 요지부동이다. 강성 지지자들의 비민주적 집단행동은 결코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식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문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밝히는 출발점이다. 친문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잘하고 계승할 정책과 잘못된 정책을 명확히 정리해야 당이 추구하는 바를 정확히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공천규칙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혁신위가 제시한 공천규칙이 거부된 상황에서 명분과 수용 가능한 공천안을 도출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지도부의 리더십이 이를 이루어내야 한다. 공천 갈등은 곧 총선 필패라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공천규칙 합의가 불가능하지 않다. 여당은 대통령의 위세에 눌려 원팀이 가능하지만 야당은 모두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백가쟁명에 빠질 수 있다. 이때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지도부의 과감한 리더십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당원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당원들이 현 지도부 업적을 평가할 기회를 갖고 당의 운영과 정책 기조에 대한 의견을 파악하고 수렴하는 것이 당원 중심 정당의 첫 단추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원했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은 민주당이 야당으로서의 능력을 평가받는 기회다. 그동안의 행태로는 결코 총선 승리를 거둘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친명계#비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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