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년범 방치해 강력범으로 키우는 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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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범죄 발생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미성년자들의 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만 19세 미만의 소년범 사건은 4만2082건으로 5년 전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매월 4000건 가까운 사건이 접수되고 있어 5만 건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같은 기간 경찰청이 집계한 전체 범죄 발생 건수가 166만 건에서 148만 건으로 11%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소년범 증가가 특히 우려되는 이유는 이들이 성인이 되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소년범의 재범률은 12%로 성인(5%)의 2배가 넘는다. 재범 소년 중 절반은 3번 이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라는 통계도 있다.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은 12세 이후 14차례나 법원 소년부를 들락거렸고,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돌려차기범’도 14세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소년원과 교도소에서 보냈다. 성장기에 교화의 기회를 놓치고 탈선을 거듭하는 바람에 흉악범으로 전락한 대표 사례다.

청소년 비행의 경우 초기 교화 노력이 중요하지만 성인범으로의 전이를 막기 위한 인력과 인프라는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소년범을 사후 관리해 재범을 막는 가정조사관은 전국에 221명뿐이다. 인력 사정이 가장 나은 서울도 조사관 1명이 80명의 아이들을 맡고 있어 대면 상담은커녕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년보호시설엔 빈자리가 없고,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소년범을 수용하는 정신병원은 전국에 한 곳뿐이다. 소년범을 방치해 강력범으로 키우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미성년 강력범죄자가 증가하자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기준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소년범은 형사 처분의 대상이자 선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소년범의 재범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은 불안한 가정 환경이다. 가족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세심한 범죄 예방과 사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미성년자들#범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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