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3대 축인 생산, 소비, 투자가 6개월 만에 일제히 뒷걸음질 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산업 생산은 0.7% 줄어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소비는 3.2% 감소해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설비투자는 8.9% 급감해 1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이 같은 지표 악화에 대해 정부는 중국 경제의 불안과 더불어 여름철 기상 악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 일시적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일시적 부진일 뿐 기조적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지표의 둔화 강도가 예상보다 큰 상황에서 지나치게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하반기 첫 달부터 3대 지표가 고꾸라지면서 정부가 기대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효과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 수출과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경기 회복의 마지막 보루인 투자마저 급감해 우려를 더한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늦어지고 중국 경제가 흔들리자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투자 집행 시기를 늦췄다. 중국 경제의 후퇴와 공급망 재편 등으로 수출 판로가 막히면서 7월 제조업 수출 출하는 36년 만에 최대 폭(―14.5%)으로 급감했고, 제조업 재고율은 11%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차이나 리스크가 심화되면 기업 투자와 수출이 더 위축돼 1%대 성장마저 어려워질 판이다. 저성장 위기를 벗어나려면 규제 개혁으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 물가 불안과 가계부채 급증, 자본 유출 위험 탓에 통화 당국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 힘들고, 역대급 세수 펑크에 재정 여력은 바닥났다. 통화·재정 정책의 제약이 큰 상황에서 손쉽게 쓸 수 있는 경기 부양책이 규제 혁파인 것이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 족쇄는 도처에 있다. 대한상의가 4년 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선별한 신산업 규제 애로 중 현재까지 개선된 것은 10%도 되지 않는다. 역대 정부마다 ‘전봇대 뽑기’, ‘손톱 밑 가시 제거’ ‘규제 샌드박스’ 등으로 규제 개혁에 나섰지만 용두사미에 그쳤다. 현 정부도 30년 묵은 산업단지 규제를 풀기로 하는 등 ‘킬러 규제’ 혁파에 나섰지만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해 벌써부터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나마 남아 있는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리려면 정부와 국회, 민간이 힘을 모아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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