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4% 상승하면서 3개월 만에 3%대로 뛰어올랐다. 7월에 2.3%로 2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던 물가가 다시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폭염과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고, 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반 가계의 물가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과일, 채소 값은 장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폭등했다. 1년 전보다 사과가 30.5%, 배추는 42.4% 오르는 등 농산물 가격이 5.4% 상승했다. 그 영향으로 실생활에 밀접한 품목들의 생활물가 역시 3.9%나 올랐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21.1%나 오른 상태다. 무더위를 이겨내느라 예년보다 에어컨을 더 틀었다가 평소 갑절 수준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놀란 가정이 적지 않다.
물가 상승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7월 중 민간 소비는 이상기후, 이자부담 증가 등으로 1∼3월에 비해 월평균 0.5% 감소했다. 벌써부터 추석 차례상을 최대한 간소하게 차리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높아진 기름값 탓에 귀향을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10월 이후 물가가 하향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연내에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으로 요즘 국제유가는 연중 최고다. 정부가 2개월 연장한 유류세 인하 조치는 10월 말에 끝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로 국제 곡물가, 설탕 가격도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달 오른 서울 버스 요금에 이어 지하철 요금은 10월부터 1400원으로 오른다. 한국전력, 가스공사의 막대한 누적 적자 때문에 추가로 전기, 가스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비해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것은 서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비축해둔 농산물 방출을 늘리고 대체 농축산물 수입도 확대해야 한다. 교통비 등 공공요금 상승과 관련해 서민·청년층을 지원하는 방안도 보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실질소득은 떨어뜨리는 원화가치 하락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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