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12개 가운데 직무급제를 도입한 곳이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직무급제 확산’의 주무 부처다. 전체 362개 공공기관 중 내년까지 100곳 이상에서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2027년까지 200곳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지만 정작 주무 부처도 이를 외면해온 터라 제대로 실행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 중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한 건 한국산업인력공단 한 곳뿐이다.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4곳은 간부급 직원들에게만 일부 직무급을 적용했다. 직무급제를 도입했다는 산업인력공단 역시 호봉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직무급 차이는 직원 1인당 월 1만5000원 정도밖에 안 되는 사실상 ‘무늬만 직무급제’다.
직무급제는 연차가 오르면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와 달리 직무의 난도와 성과에 따라 보수를 차등화하는 임금 체계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공공기관 임직원의 총보수 중 성과급 비중과 차등 폭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민간 기업에도 확산되어야 할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다. 그러나 직무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2021년 35곳에서 지난해 55곳으로 60%가량 늘어난 뒤 올 들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체기를 맞은 모습이다.
역대 정부는 번번이 공공기관의 임금체계 개편에 실패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무산까지 되돌아보면 10년 넘게 풀지 못한 난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대로 개혁의 동력을 상실한다면 윤석열 정부 역시 과거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경직된 임금체계를 고수할 수는 없다. 청년,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타파, 정년 연장 논의도 임금 유연화를 빼고는 진행할 수 없다. 공공이 과감하게 물꼬를 터야 민간에서의 파급 효과도 커진다. 전체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도입 실태를 재점검하고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개혁의 속도를 높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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