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이자 세계 4위 경제 대국인 독일이 휘청거리고 있다.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된 가운데 ‘복지 함정’에 빠져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워 독일이 다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진단이 쏟아진다.
독일의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에 이어 올 1분기 ―0.1%, 2분기 0%로 바닥을 기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3%로 낮췄다.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을 일제히 올리면서 독일만 하향 조정한 것이다. 유럽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독일인 만큼 최근의 부진은 충격적 수준이다.
독일 경제가 늪에 빠진 것은 특정 국가와 산업에 대한 편중이 과도한 탓이 크다. 7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가 위축되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대란을 초래했다. 특히 자동차·전자·기계 같은 수출 제조업에 치우쳐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고,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성장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독일 국민의 52%가 ‘일할 가치가 없다’고 답한 현지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실업급여나 아동수당 등 복지수당을 받으면 최저임금 근로자와 비슷한 생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독일 연립정부가 매년 복지수당을 확대하자 국민들의 근로 의욕이 꺾인 것이다. 독일 아동수당은 올해 최고 14% 올랐고, 실업급여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2%가량 인상된다.
독일의 위기 상황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나 제조업 편중은 독일보다 한국이 훨씬 크고, 인구 고령화는 더 빠르다. 선거 때가 되면 각종 무상복지 제도가 쏟아지고, 최저임금 실수령액보다 많은 실업급여가 실업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독일을 반면교사 삼아 선제적으로 산업구조를 개혁하고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복지 제도가 수혜자의 자립을 돕지 못하고 오히려 수혜자로 머물게 하는 ‘복지 함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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