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의 눈처럼 고결하고, 구름 사이 달처럼 밝아야 하거늘. 당신이 두 마음을 품었다기에, 결별을 고하러 찾아왔소. 오늘은 술잔 놓고 마주하지만, 내일 아침엔 작별하려 저 도랑가에 있겠지요. 도랑가 주춤주춤 배회할 때면, 도랑물도 동으로 흘러가 버릴 테지요. 처량하고 또 처량한 이 마음, 시집가선 절대 울지 말아야 하는 것을. 일편단심 곧은 사람 만나, 백발 되도록 안 헤어지길 바랐었건만. 댓줄기는 바람에 쉬 일렁이고, 물고기 꼬리는 물결에 마냥 하늘대지요. 남자라면 의리를 중시하거늘, 왜 재물에 마음이 움직였나요?
상대의 변심에 대응하는 여자의 결별 의지가 결연하다. 백년해로의 꿈이 사라진 마당에 울며불며 매달리고 싶진 않다. 오늘밤을 끝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각자의 길을 가자는 서러운 호소를 내뱉는다. 쉬 흔들리는 대나무 줄기나 물고기 꼬리처럼 금전의 꾐에 넘어간 남자를 향해 야멸찬 원망을 퍼붓는 건 민요에서나 있을 법한 카타르시스. 여자의 지위가 미약한 봉건사회였지만 억눌린 심사를 담은 약자의 노래는 바람을 타고 입에서 입으로 거침없이 퍼져갔을 것이다.
첫 두 구절은 일견 시의 내용과 무관해 보이지만 시 서두에 비유를 사용하여 주제를 함축하는 기법은 중국 민가의 오랜 전통. ‘모름지기 애정은 순결하고 밝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암시한다. 혹 남자의 배신과 대비되는 여자의 정절(貞節)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한다. ‘백발의 노래’는 백년해로의 염원을 응집한 민중의 소리이지만, 같은 시제로 세월무상, 사회적 소외 등을 담은 작품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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