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원장의 과제[동아시론/차진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7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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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향한 불신, 민주화 이후 최악이란 평가도
공정성 시비, 판사 개인 비리 눈에 띄게 줄여야
개혁 성공, 법원 전체의 生死 문제로 여겨야 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균용 사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에 대한 최종적 평가는 사법개혁의 성패에 달려 있다. 사법개혁의 출발점은 김명수 사법부의 공(功)과 과(過)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공은 계속 이어가되 과는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명수 사법부에 대한 지배적 평가는 공은 별로 없고 과는 많다는 것이다. 법원 내 코드 인사와 편 가르기, 법관인사제도의 개악(改惡),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재판의 정치적 편향성과 공정성 시비, 심각한 재판 지연 등 그 과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현재 법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민주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총체적 난국 속에서 이균용 사법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김명수 사법부 이전으로 환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이전 제도가 완벽한 것도 아니었고 김명수식 사법개혁이 논란 속에서도 관철된 것은 법원 내에 이를 찬성하는 판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법관근무평정기준 변경, 고등법원부장판사제도 폐지, 법원장추천제 도입 등 인사제도를 변경함으로써 유능한 판사 상당수가 열심히 일할 보람이 없다며 법원을 떠났지만, 이제 판사도 정시 퇴근 등 웰빙할 수 있다며 반기는 판사도 적지 않다. 그 결과 재판 지연이 심각해지며 국민의 비판이 커졌지만 말이다.

이균용 사법부는 신중하게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법원 내 코드 인사로 특정 연구회 출신을 중용한 것도 문제지만 이들을 모두 배제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해당 직위의 적임자인지를 합리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그 객관적인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 대법원장의 권한이 미치는 법관 인사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의 후보자 제청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그래야 김명수 사법부의 코드 인사와는 반대쪽의 코드 인사, 즉 데칼코마니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법관인사제도 개선은 더 어려운 과제다. 종래 법관인사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고, 법조 일원화 등 사법개혁이 계속 추진됐다. 판사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판사 수 증원 논의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제도를 복원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판사들에게 격무의 지옥으로 돌아가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며, 강력한 저항도 있을 것이다.

이균용 사법부는 법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인사제도와 판사의 격무를 덜어주는 제도 사이에서 합리적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가장 간단한 답은 판사 수의 대폭 증원이지만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판사들을 설득하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에 방점을 두면 판사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고, 판사의 부담경감을 더 많이 고려하면 국민의 법원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더 커질 것이다.

그 밖에도 법원개혁의 당면 과제는 무수히 많다. 특히 국민의 법원에 대한 불신은 코드 인사나 법관인사제도의 개선만으로 쉽게 해소될 수 없다. 임성근 판사 탄핵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녹취록에 의해 확인되면서 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는 최후의 한 조각마저 산산조각 났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데, 국민이 어떻게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바닥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이균용 사법부는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대법원장이 바뀌었으니 이제는 믿어 달라고 하면 국민들이 믿어줄까. 과거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을 겪으면서 국민이 체득한 것은 물갈이를 해도 달라진 점은 없다는 것이다. 사법부라고 달리 평가할까.

국민의 신뢰는 단기간에 회복할 수 없다. 대법원장에서 평판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법관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판결의 공정성 시비뿐만 아니라 판사의 개인 비리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부 튀는 판사들의 정치적 판결 등 돌출행동도 통제해야 하는데, 이는 법관의 신분 보장 및 독립성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균용 사법부의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법원 전체의 생사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법원의 자정능력이 불신될 경우, 외과적 수술이 외부로부터 강행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수십 년 저항하던 공수처제도가 결국 관철된 것도―비록 현재 공수처제도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지만―검찰의 자율적 개혁이 계속 실패했기 때문이다.

법원도 다르지 않다. 이균용 사법부의 개혁이 실패할 경우 법원 전체가 수술대 위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모든 법관이 힘을 모아 개혁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 대법원장#이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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