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무소속)에 대한 국회의원 제명 징계는 없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제명’을 권고했지만, 지난달 말 윤리특위 무기명 표결에서 제명안이 부결됐다. 여야가 석 달 넘게 정치 공방을 벌이고도 시비를 명쾌하게 가리지 못해 국회가 국민만 피곤하게 만들었다.
국민의 눈높이에선 의원이 상임위원회나 본회의 도중 코인 거래를 수시로 한다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근무 태만이다. 거액의 코인을 보유하고도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 이해 상충을 의심하게 된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 따르면 가상자산 보유 및 거래 내역을 신고한 여야 의원 11명 중 8명이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투자 액수로 1000만 원 이상, 거래 횟수로 100회가 넘어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것으로 자문위가 판단한 의원들만 최소 5명이다. 김 의원 한 명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선에서 어물쩍 끝날 일이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의 허점(loop-hole)과 의원 자기규제 문제(self-regulatory problem)를 보완하는 후속 조치가 없다면 ‘제2의 김남국 사태’가 어느 당에서나 재연될 수 있다.
의원과 고위 공직자 비리를 막으려면 사전 규제와 사후 처벌이 필요하다. 사후 처벌이 엄하면 사전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해도 감시할 수 있다. 하지만 선례를 볼 때 국회에 엄정한 사후 처벌을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사전 감시를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이해 상충을 감시하기 위해 국회의원이나 1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재산을 등록하고 공개하는 제도가 30년째 운영 중이지만 1년에 한 번 재산 현황과 변동 내역을 사후 공개하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는 상임위에서 수백 차례 코인을 거래하는 근무 태만이나 거래 시점에서 이해 상충이 있었는지를 제때 감시하기 어렵다. 우리와 달리 미국 의원들은 주식이나 코인을 거래하면 45일 이내에 홈페이지 등에 그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 의원들이 떳떳하다면 미국처럼 주식이나 코인을 거래할 때마다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행정편의적 재산 공개 방식도 이제는 수요자 눈높이에 맞게 고쳐야 한다. 지식의 단계는 데이터(data), 정보(information), 지식(knowledge)의 순으로 고도화된다. 가공 전의 날것 수치인 재산 데이터에 약간의 설명을 붙여 접근성이 떨어지는 관보나 공보에 PDF 문서로 올려놓는 식은 “마지못해 공개한다”는 인상을 준다. 또 행정부 공무원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국회의원은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법관은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 등으로 기관별로 공개해 찾아보기 불편하다. 국민이 정말로 원하는 건 한곳에서 편안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알기 쉽고 유의미하게 가공된 2차 데이터다. 이런 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서비스다.
더 나아가 주식이나 코인과 같은 직접투자 외에도 의원들의 펀드 등 간접투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가 됐다. 미국에서는 인도와 무역협상 개시를 촉구하는 등 친인도 행보를 보인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공화·몬태나)이 인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1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게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업종이나 국가에 특화된 펀드 투자도 감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국내에서도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2억 원 규모의 2차전지 벤처펀드를 보유한 것을 두고 야권에서 이해 상충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발표로 논란이 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라임펀드 환매도 의원이 펀드 거래를 할 때마다 공개하게 했다면 4년이 지난 지금 뒤늦게 특혜 시비가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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