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진화 ‘마이데이터’ 시대[쏠쏠한 법률 이야기/정세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4일 23시 24분


어릴 적 부모님이 금고 같은 상자 속에 여러 개의 통장을 보관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중에는 적금통장도 있고 대출통장도 있었을 터인데 가끔은 이를 모두 꺼내서 집안의 자산 상태를 확인하곤 했다.

종이통장 자체가 흔치 않은 요즘에는 내 자산 상태를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개의 은행 앱을 띄우고 열심히 더하기, 빼기를 하여야 할까? 아니다. 하나의 앱에서 버튼 하나만 클릭하면 바로 내 자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정세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정세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마이데이터’다. 마이데이터란 개인의 신용정보를 한데 모아서 조회·열람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말하는데, 마이데이터 앱에 가입하면 나의 모든 금융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는 2020년 8월 시행된 신용정보법에서 도입되었고, 작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금융위원회에 허가받은 회사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현재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핀테크 업체 등 60여 개 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점점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단순히 정보를 모아서 편하게 보여주는 서비스에 집중하던 회사들이 하나둘씩 모은 정보를 분석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 결제 정보와 자사의 멤버십 할인 정보를 자동으로 비교하여 결제 시 멤버십 혜택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사후적으로 포인트를 제공해주는 통신사가 있는가 하면 결제 정보와 보험 가입 정보를 확인하여 청구가 가능한 보험상품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회사도 있다. 개인의 모든 신용 정보를 한데 모아서 이를 재료로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기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15일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는데 여기에도 마이데이터 관련 규정이 담겨 있다(다만, 아직 실제 시행일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는 금융 분야에 한정되었던 마이데이터가 모든 분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가까운 미래에는 금융 정보뿐만 아니라 건강정보, 교육정보 등 나의 모든 개인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앞서 마이데이터를 도입한 유럽에서처럼 건강정보와 금융정보를 연결하여 건강한 사람이 돈을 더 잘 갚는다는 분석하에 건강검진 결과가 양호한 사람에게 더 많은 대출금을 부여하는 금융상품도 가까운 미래에 출시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다만, 편리한 서비스인 만큼 위험이 크다는 점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든 정보가 한곳에 모이게 되므로 유출 위험 및 유출 시 피해도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무분별하게 여러 회사의 마이데이터 앱에 가입하기보다는 내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안 수준도 신뢰할 수 있는 회사의 서비스에만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이미 여러 회사의 마이데이터 앱에 가입한 것 같은데 가입 내역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마이데이터 종합포털(www.mydatacenter.or.kr)에 방문하여 내가 가입한 마이데이터앱 리스트를 확인하도록 하자. 이곳에서 확인해 보고, 현재 사용하지 않는 앱은 탈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종이통장#자산 상태#쏠쏠한 법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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