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던 아파트 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로 건축물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실제 지역 건설 현장에서 부실 공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지역건축안전센터’는 설치가 늦어지거나, 인력·예산 부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부실공사를 막아야 할 공공 감리 시스템마저 부실한 셈이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2014년 쌓인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강당 지붕이 무너지면서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사고를 계기로 도입된 제도다. 지역 내 민간 건설 공사의 부실 여부를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게 목적이다. 작년 1월부터 광역시도, 인구 50만 명 이상 등인 지자체는 센터 설치가 의무화됐다.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도 각각 1명 이상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의무설치 대상 140개 지자체 중 실제 센터를 설치한 곳은 56%인 79곳에 그치고 있다. 건축사, 구조기술사까지 모두 채용한 곳은 24%인 33곳뿐이다. 심지어 마우나오션 리조트 사고가 발생했던 경주시에도 아직까지 센터가 없다고 한다. 건축사 등이 민간 기업에서 받는 높은 처우를 지자체들이 감당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해당 지자체들이 편성한 올해 센터 운영 예산총액은 353억 원으로 작년보다 1.6% 줄었다. 서울시 예산은 51억 원으로 작년의 절반으로 축소됐다. 반면 국비 지원은 센터 설치 때 단발성으로 지급되는 2000만 원이 전부다. 소규모 지자체들은 구조기술사 등 전문 인력을 지역에서 구할 수 없어 채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이달 중 정부는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건설산업 혁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인명사고의 재발을 막고자 도입된 지역건축안전센터 운영 실태를 볼 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는 허술한 대책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부실공사 감시 등 국민의 생명이 걸린 안전 사안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아끼는 게 능사가 아니다. 민간에서 슬쩍 눈감고 넘어간 공사 부실을 끝까지 찾아내고, 위험을 제거할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중앙정부는 예산 지원과 인력 공급, 지자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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