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교사들이 주축인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의 조합원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5만5700여 명이었던 조합원이 올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나 현재 11만6500명에 육박한다. 특히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두 달 만에 43% 급증했다. 20대와 30대의 비중은 이 중 절반을 넘는다. MZ세대 교사들이 교사노조를 중심으로 급속히 결속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의 갑질과 악성 민원, 무분별한 고소·고발, 물리적 폭행 같은 문제점에 직면한 교사들은 노조라는 울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한다. 교권 추락에 대응해 함께 목소리를 낼 창구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의 99%가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고, 동료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현실 앞에서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MZ세대 교사들이 신생 노조로 몰리는 현상은 기존의 양대 교원단체인 전교조와 교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민노총 소속인 전교조는 ‘자주통일 운동 강화’ 등 교육과는 거리가 먼 사업 목표를 내걸고 명분 없는 정치 투쟁을 계속해 왔다. 낡은 이념에 매몰돼 교권 보호나 교원 처우 개선은 뒷전으로 밀어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망한 교사들의 잇단 탈퇴로 한때 10만 명에 달했던 조합원 수는 현재 4만 명대로 쪼그라든 상태다. 교총의 경우 교장, 교감 등 관리자급이 조직을 주도해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대안 조직으로 떠오른 교사노조는 정치색을 빼고 교사들의 권익 신장을 앞세우는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서이초 사망 교사 추모집회에서는 질서정연하게 진행한 시위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탈(脫)정치를 원칙으로 실질적 내용에 집중하니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떠나 이들의 요구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교사노조가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무너진 교권과 공교육을 되살리는 일에 주도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선생님은 물론이고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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