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1988년 추석 당일이던 9월 25일 서울 올림픽 남자 유도 60kg급에서 금메달을 딴 김재엽 동서울대 교수(60)의 쾌거를 1면 톱기사로 이렇게 전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그는 4년간 절치부심한 끝에 서울 올림픽에서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그는 추석에 맞춰 한복 차림으로 시상대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던 그는 1년 전 이맘때 전립샘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그가 꼽은 원인은 45년 넘게 입에 달고 살아 온 담배였다. 그는 “당시엔 코치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담배를 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창 많이 먹을 나이의 선수들이 군것질을 하다가 체중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서였다”고 했다.
천하의 악바리도 담배의 유혹은 이기기 힘들었다. 이번에 단칼에 담배를 잘라낸 그는 “막상 끊어보니 백해무익한 담배를 그동안 왜 그렇게 피웠나 하는 후회와 반성을 많이 했다. 내 인생에서 올림픽 금메달도 잘했지만 금연이야말로 더욱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죽을 고비에서 살아 돌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뒤 지도자로 변신했지만 유도계 파벌에 대한 문제 제기 등으로 유도계 주류에서 밀려났다. 진로를 사업으로 틀었지만 외환위기가 터지고 큰 사기까지 당하면서 그동안 벌어놓은 돈까지 모두 잃었다. 그는 “정말 막막했다. 대인기피증에 걸렸고 나쁜 마음을 먹기도 했다”고 했다.
명예 회복을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공부였다. 당시로는 우리나라에 생소하던 ‘경호학’ 공부에 몰두했다. 그는 “너무 졸릴 때는 반창고를 눈꺼풀에 붙여서 억지로 눈을 뜬 채 공부를 한 적도 있다”고 했다. 2006년 동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그는 “그동안 배출한 제자들 중 경찰이나 경호실에 간 학생들도 있고, 병원 관련 일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너무 행복하고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암 수술 후 한동안 기력이 약해졌던 그는 좋아하던 축구까지 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조기축구 마니아인 그는 몇 해 전 한 축구 예능 프로그램에서 현란한 개인기와 골 결정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대구 남산초등학교에 다닐 때 축구 선수를 했다. 그런데 축구부가 갑자기 해체돼 유도로 종목을 바꾸게 됐다”고 했다.
축구는 이후에도 인생의 동반자나 마찬가지다.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한 번씩 토요일마다 이덕화와 최수종 등이 소속된 연예인 축구단 일레븐FC에서 공을 찬다. 그는 “수술 후 축구를 통해 많이 건강해졌고, 지금도 축구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도 잘 친다. 일반 주말 골퍼들이 사용하는 화이트티를 기준으로 70대 타수를 기본으로 치고 가끔 3, 4언더파를 기록하기도 한다. ‘티칭 프로’ 자격증도 갖고 있다. 이 밖에도 그는 윈드서핑 자격증과 수상스키 자격증, 보트조종면허 등도 보유 중이다. 그는 “아파 보니까 돈과 명예 등이 전혀 중요하지 않더라. 무조건 건강이 최고다. 지금처럼 꾸준히 즐겁게 운동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게 남은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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