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수시모집 결과 주요 10개 대학 의대의 평균 경쟁률이 46 대 1로 지난해보다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인하대 의대 논술전형의 경우 661 대 1이었다. 반면 반도체학과를 비롯한 첨단학과 경쟁률은 주요 7개 대학 평균이 16.5 대 1로 같은 대학의 의학계열을 뺀 나머지 자연계열 학과 경쟁률(19.2 대 1)보다도 낮았다. 의대가 블랙홀처럼 인재를 빨아들이면서 기초과학과 첨단 분야 인력 공급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수시모집의 의대 쏠림 현상은 올해도 합격자 발표 후 의대 진학을 위해 대대적인 이탈 행렬이 이어질 것임을 알리는 전조다. 지난해 입시에서는 ‘SKY’ 대학 정시 합격자 10명 중 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연세대와 한양대 반도체 관련 학과는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부분 의대로 몰려간 것으로 보인다. KAIST를 포함해 국가 지원을 받는 5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서 최근 5년간 1105명이 자퇴했는데 이들 역시 상당수가 의대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의대 광풍으로 인한 인재 양성의 불균형은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분야 인력 수요는 32만 명이다. 그러나 국내 인재들은 해외 기업들이 채가고 뒤를 이을 후배 세대는 첨단 분야에 매력을 못 느낀다. 의대 내에서도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잘 키운 제약사 하나가 국가 성장률 전망치를 2배로 끌어올리는 세상이지만 기초연구는 외면한 채 임상에만 몰리고, 임상 중에서도 돈 되는 피부과와 성형외과만 찾는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대 쏠림 현상이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학생들이 몰려갈 가능성도 있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해외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친 뒤 국내 대기업 반도체 연구원으로 취업하면 세후 1억 원 이상을 벌기 어렵다고 한다. 의사 평균 연봉의 절반도 안 된다. 의사는 면허가 있지만 이공계는 50대 초반 은퇴하면 더욱 막막하다. 기초과학과 첨단 분야 인재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고 연구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최고의 두뇌들이 몽땅 미용 의학에만 달려드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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