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으로 유명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반(反)팔레스타인 발언이 아니다. 74세 고령에 최근 심장박동기 삽입 수술까지 받은 네타냐후의 후계자를 노리는 세 현직 장관의 언사다. 각각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47),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43), 야리브 레빈 법무장관(54)이다.
세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도와 대법원의 기능을 대폭 약화시킨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올 7월 통과시키는 데 앞장섰다.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구속을 피하려는 사적 이유로 이 법안에 매진했다. 셋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올인’했다. 경쟁하듯 반팔레스타인 행보로 일관하는 세 장관이 이미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의 갈등과 긴장을 더 고조시킬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셋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벤그비르 장관은 언론을 영악하게 활용한다. 그는 19세인 1995년 이츠하크 라빈 당시 총리의 차에서 후드 장식품을 훔쳤다. 2년 전 라빈 전 총리가 팔레스타인과 맺은 평화협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장식품을 들고 TV에 출연해 ‘도둑질’을 ‘애국’이라고 했다. 몇 주 후 협정을 반대한 우익 극단주의자가 라빈 전 총리를 암살하자 더 유명세를 치렀다.
장관 취임 직후인 올 1월에는 유대, 이슬람, 기독교 3개 종교의 공동 성지이나 그간 유대교도의 기도가 허용되지 않았던 동예루살렘 내 ‘성전(聖殿)산’ 방문을 강행하며 이슬람 전체를 도발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요르단 영토인 동예루살렘을 뺏은 이스라엘은 당시 요르단과 “유대교도의 성전산 방문은 허용하되 기도와 예배는 금한다”고 합의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후 56년간 지켜졌던 불문율을 깼고 두 차례 더 성전산을 찾았다. 매번 보란 듯이 사진을 찍어대며 언론 노출을 극대화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막말의 최고봉이다. “팔레스타인 마을을 없애야 한다” “동성애 혐오가 자랑스럽다” 정도는 약과다. “동성애 지지 퍼레이드는 수간(獸姦)보다 나쁘다”고까지 했다.
일곱 아이를 둔 그의 극단적 동성애 혐오 또한 반팔레스타인 정서와 관련이 있다. 이스라엘 인구 약 1000만 명 중 아랍계의 비중은 21%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인구 약 550만 명을 더하면 이미 유대계(약 790만 명)와 아랍계(약 760만 명)의 차이가 없다. 어떻게든 아이를 낳아 유대계를 늘려야 하는데 그 가능성을 줄이는 성소수자는 ‘악(惡)’이란 신념이 확고하다.
레빈 장관은 두 장관과 달리 노련하고 치밀하다. 극단적 막말과 기행 따윈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 또한 법조인 출신이면서도 선출 권력이 아닌 사법부가 선출 권력인 행정부를 제어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유대계와 아랍계의 공동 거주, 동성혼 등에 우호적인 사법부 전반의 자유주의 물결이 이스라엘을 약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주무 장관 자격으로 사법부 무력화 법안의 입안 및 통과를 주도했고 ‘포스트 네타냐후’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도 가장 앞섰다는 평을 받는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은 연정 64석 중 절반(32석)만 차지하고 있다. 연정에 참여한 다른 7개 정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다. 특히 스모트리히 장관과 벤그비르 장관은 각각 7석, 6석을 보유한 ‘종교적 시온주의자’, ‘오츠마예후디트’당 대표여서 총리조차 함부로 할 수 없다. 세 장관의 초강경 극우 행보가 계속될 것은 물론이요, 네타냐후 총리보다 팔레스타인을 더 탄압하는 지도자가 탄생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중동 평화 또한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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