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는 호주의 한 요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던 브로니 웨어가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다섯 가지 중 첫 번째 후회가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준에 맞춰 사느라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요즘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으로 과거보다 타인의 평가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마이클 저베스 성과심리학자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에서 “‘타인의 의견에 대한 두려움(Fear Of People’s Opinions·FOPO)’은 숨겨진 전염병이며 개인과 집단의 잠재력을 가장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HBR에 신경과학자 레슬리 셜린과 진행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프로, 지역 티칭프로, 아마추어 골퍼를 상대로 대회를 열어 누가 가장 성과 불안이 높은지를 알아봤다. 3단계에 걸친 테스트 결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지역 티칭프로의 결과가 가장 나빴다.
PGA 투어프로는 “나에게 중요한 것은 대회 결과가 아니라 플레이에 대한 나의 평가”라며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경기에 임했다. 아마추어 골퍼는 “프로 선수가 된 것 같아 재밌고 흥미롭다”며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는 측면에서 테스트를 즐겼다. 반면 지역 티칭프로는 2단계 테스트를 마친 뒤 “바보같이 보였다”며 “나는 프로인데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불안해했고 이는 불안정한 퍼팅으로 이어졌다. 해당 대회는 티칭프로가 일하는 클럽에서 열려서 군중 대부분은 그가 아는 사람이었다.
연구진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얼마나 잘하는지에 따라 자신을 정의하는 성과 기반 정체성을 두려움과 불안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성과 기반 정체성의 특징은 의존적 자존감,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완벽주의다. 성과 기반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객관적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지속적인 외부 검증을 받아야 잘하고 있다고 안심하고, 타인의 칭찬과 의견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연구진은 타인의 의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목적 기반 정체성을 제시했다. 목적은 미래지향적이며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무언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가’, ‘사람들이 내 일을 높이 평가하는가’라고 묻는 대신 ‘나는 내 목적에 충실한가’가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업 경영에서도 성과 기반 조직보다 목적 기반 조직의 성과가 더 좋았다며 리더는 직원에게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니라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통제 가능한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잠재력이라는 것을 알려주라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였던 고(故)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서 그 어떤 경영 수업보다 자신의 인생 목적을 정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직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남의 말과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로워져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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