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신인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의 별명은 람보(Rhambo)다. 영화 ‘람보’ 시리즈의 주인공과 그의 이름을 합친 것으로, 워싱턴 정가를 휘어잡던 그의 거침없는 입담과 기질을 보여 준다.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늦게 전달한 조사 담당자에게 죽은 생선이 담긴 상자를 보내 경고한 일화는 지금도 종종 회자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자신의 첫 비서실장이었던 그를 ‘무서운 악동(enfant terrible)’이라고 불렀다.
▷이매뉴얼 대사가 최근 백악관에서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경고를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그가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의 신변이상설 등 중국 관련 내용을 잇달아 올리는 것이 미중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매뉴얼 대사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에 이어 리 부장까지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사실을 언급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내각이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슷해졌다”고 썼다. 주인공들이 하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살인 미스터리에 빗댄 것이다.
▷‘미국판 전랑(wolf warrior) 외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매뉴얼 대사의 호전적 언사는 원조인 중국의 외교관들만큼이나 거칠다. 중국 청년들의 실업 등 내부 문제를 거론한 글들에는 조롱하는 뉘앙스가 섞여 있다. 그는 시 주석을 언급하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인간의 비극을 이용한다” 등의 비판도 서슴지 않고 내놓는다. 외국 정상을 직접 겨냥하는, 외교관으로서는 금기시되는 언사다. 미국 언론들이 ‘전랑외교’의 상징이었던 친강 등을 향해 “무례하다”고 비판하던 언행을 그대로 중국에 돌려주는 듯한 모양새다.
▷이매뉴얼 대사의 ‘비외교적’ 행보는 특유의 싸움닭 스타일에 더해 미국 민주당 유력 인사로서의 자신감이 뒷받침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견제라는 공동의 목표 앞에서 급속히 밀착하는 미일 관계를 보여 주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그는 주재국인 일본에서는 횟집을 찾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지지하고 지하철 출퇴근, 후지산 등산 등을 통해 일본인들과의 스킨십도 늘려 가고 있다.
▷대사의 역할은 본국과 주재국을 연결하는 ‘다리’로서 양국 관계를 관리하고 소통,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다. 이를 흔들 수 있는 과도한 공격이나 비판, 개입은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고 외교적 갈등을 부를 우려가 있다. 이매뉴얼 대사의 경우 제3국인 중국을 향한 것이라지만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관계 관리를 추진하는 미국 행정부로서는 적잖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국내에서도 싱하이밍 중국대사가 이른바 ‘베팅 발언’으로 거센 질타를 당한 사례가 있다. 지나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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