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하지만 연내에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고, 내년 말까지 고금리를 유지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세계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주요국 증시는 그 영향으로 약세로 돌아섰다.
충격파가 커진 건 연준이 올해 6월에 4.6%로 예상했던 내년 말 기준금리 수준을 5.1%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안정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성장률과 고용지표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을 잠재우는 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감산으로 최고 12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국제유가 역시 고금리 시대 장기화의 원인이다.
국내외 경제 사정이 4분기 중 호전돼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상승하길 기대하던 한국으로선 전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고금리 장기화는 국내외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전년 동월 대비 9.8% 늘면서 반짝 회복세를 보인 수출도 다시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포인트로 벌어진 한국의 자본시장에서 해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 기준 101.7%로 세계 4위다. 집값 상승에 따른 불안감으로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의 충격이 다른 선진국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조달금리가 급등했고,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6개월 만에 6%를 넘어섰다. 과도한 부채 증가를 억누르고 자본 유출 우려를 막으려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경기 악화 우려 때문에 머뭇거리는 상황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월의 2.7%에서 3%로 높였다. 하지만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1.5%를 유지했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지만 고금리·고유가가 이어질 경우 그마저도 위태로워진다. 바닥으로 내려앉은 경기가 장기간 유지되는 ‘L자형 경기 침체’가 현실로 닥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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