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희미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중
2023년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아름답고 놀라운 사진을 보내온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원시 은하, 별의 탄생 순간, 엄청난 블랙홀은 우주가 얼마나 광대하고 놀라운 공간인지 보여준다. 이 망원경은 지구의 시점에서 외부를 보고 있다. 반대로 30년 전 1990년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떠나며 망원경을 반대로 돌려 우리의 고향 지구를 우주의 시점에서 바라보았다. 사진 속 지구는 작은 푸른 0.12 픽셀 하나에 불과했다. 그 미미한 점의 공간은 인류의 모든 삶과 성취, 역사, 갈등을 담고 있다.
한국 사회는 갈등의 연속이다. 정치권과 세대·성별 간의 다툼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는 가장 지속 가능성이 낮은 국가가 되어 버렸다. 칼 세이건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이 특별하다는 착각을 저 작은 파란 점이 반증하고 있다고, 또 저 미미한 공간에서 우리는 사랑으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리 사회의 갈등도 유사한 맥락이다. 국민은 어느 나라나 여행을 떠날 수 있지만 우리 모두가 옮겨 살 수 있는 다른 나라는 없다. 이 작은 터전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아이들과 그 아이들과 함께 삶을 이어 나가야 한다. 첨예해 보이는 갈등도 한 걸음만 떨어져서 보고, 모두의 미래를 생각해서 한 걸음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양극단보다는 서로 협의할 수 있는 사회가 ‘창백한 푸른 점’ 속 작은 나라에 꼭 필요하다. 광대한 공간에서 작고 미미한 존재로서 우리는 서로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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