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의 소통수단인 민원이 악성으로 변질된 과정 분석을
캠프데이비드, 안보에 초점… 新경제블록 형성도 주목해야
장애테크 기획시리즈 유익, 비용-제도까지 안내했으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촉발된 교권 침해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이어 북-러 정상이 밀착하면서 신냉전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묻지 마 칼부림 사건’ 이후 비슷한 흉악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18일 이런 현안에 대한 보도를 놓고 토론했다.》
이은경 위원=9월 4일자 A1면 <나흘새 교사 3명 극단 선택…오늘 ‘공교육 멈춤의 날’>과 A4면 <교사들 ‘우회 파업’ 규모 집계조차 안 돼…학교선 휴교 오락가락> 기사는 교사 파업에 대한 우려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하지만 선동이나 민폐 없이 차분하게 치른 9월 2일 교사 집회에 대한 현장 보도가 없었던 것은 아쉬웠습니다. 최은봉 위원=9월 5일자 A4면 <BBC “韓 교사들, 학부모 항의전화에 벼랑끝 내밀려”> 기사에서 BBC는 과도한 민원 문화를 한국의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민원이라는 게 중요한 소통의 방법인데 어쩌다가 변질됐는지 다루는 후속 보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준웅 위원=8월 15일자 2면 <‘교권회복 법안’ 한달새 19건 쏟아냈지만 심사는 0건> 기사는 교권 회복 이슈가 제기되자 여야가 한 달 새 관련 법안 19건을 내놓았지만 법안 심의 첫 단계인 상임위 법안소위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뭔가 터지면 일단 법안부터 내고 보는 입법 선정주의를 제대로 짚은 기사입니다. 8월 28일자 A27면 <특수 학생 20% 증가…“교권침해 논란, 장애혐오 돼선 안 돼”>기사도 눈에 띄었습니다. 특수 교사의 애환과 함께 아무리 힘들어도 장애 학생과 일반 학생들을 통합 교육하는 편이 낫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김종빈 위원장=최근 교권 침해 논란 관련 보도를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에 교육이라는 게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사가 훈계를 했다고 아동학대로 고발당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교육이라는 건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고 교육의 근본적인 목표는 지덕체를 함양하는 데 있습니다. 언론도 진정한 교육이 무엇일까를 걱정하면서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준웅 위원=9월 5일자 A27면 <잼버리 시설 수련원으로 쓴다는데…인건비만 매년 23억 원> 기사는 현장에 가야 알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돋보였습니다. 부실한 행사 준비에 대한 논쟁이 일단락되고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역시 발품을 팔아 취재한 기사가 알차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김 위원장=8월 10일자 A4면 <기존 매립지 두고 갯벌 메워… 1846억 쓰고도 ‘진흙탕 야영장’> 기사는 전북도가 잼버리를 유치한 목적이 새만금을 속도감 있게 개발하려는 데 있었고 잼버리 본래 목적에는 신경을 안 썼다는 점을 잘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1년 6개월 전에 정권을 인수한 현 정부도 국회에서 행사 준비 상황에 대한 많은 질의가 있었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습니다. 전 정부든 현 정부든 낱낱이 파헤쳐 책임을 꼭 물어야 합니다. 최 위원=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는 안보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안보는 사전적 정의와 정치권에서 쓰는 정의, 국제정치학에서는 쓰는 정의가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집단 안보, 집단 방위, 공동 안보, 협력 안보가 다 다른 개념입니다. 그 맥락 차이를 정리해주면 좋았을 것입니다. 성태윤 위원=캠프데이비드 회담은 외교 안보 이슈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적인 면이 꽤 컸습니다. 한미일이라는 새로운 경제 블록이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거든요. 향후 한국의 경제적 진로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는데 관련 분석에 다소 소홀했습니다. 이은경 위원=캠프데이비드 회의는 합의문 전문을 실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보도된 주요 내용 외에도 통일, 북한 인권, 여성 사회참여 등과 관련한 의미 있는 문구가 많았습니다. 야권이 ‘한미동맹 외에 일본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고 논평한 것을 별도로 싣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김 위원장=7월 28일자 A12면 <“누가 쫓아올까 두리번”…흉기난동-살인예고에 텅빈 신림골목>과 8월 5일자 1면 <“관심 끌고 싶었다”…‘외톨이 테러’ 공포>기사를 보면 흉기 난동 범죄자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입니다.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에 사회 전체가 공포에 빠진 듯한 보도는 자칫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을 부추기는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사람을 검거해 사법처리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보도해 이런 범행은 반드시 엄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옳을 것입니다. 언론 보도가 모방범죄를 자극해선 안 됩니다. 이은경 위원=8월 21일자 A12면 <합정역 흉기 난동 50대, 조현병 치료받다 중단> 기사처럼 특정 정신질환과 범행을 직접 연관 짓는 제목은 곤란합니다. ‘조현병=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8월 30일자 A3면 <흉기 난동에 범죄대응 예산 4배로…모든 현장 경찰에 저위험 권총>도 제목이 적절치 못합니다. 정신질환 예방 및 대응에 쓰는 1282억 원을 ‘범죄 대응’이라고 못 박을 수 없습니다. 8월 30일자 29면에 실린 사진기자 칼럼 <참을 수 없는 범죄 영상의 가벼움>은 모방범죄를 방지하는 언론의 게이트키핑 기능을 강조해 공감이 갔습니다. 김 위원장=8월 28일자 A5면 <광주 ‘정율성 공원’ 강행 방침에… 정부 헌소 검토> 기사를 보면 강기정 광주시장이 “냉전은 30년 전에 끝났는데 철 지난 이념 공세가 광주를 향하고 있다. 광주 정신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그러면 광주 정신이 대체 무엇인가, 공산주의를 숭배하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지적하는 기사가 있어야 했습니다. 이준웅 위원=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 좋은 논평들이 있었습니다. 9월 4일자 A30면 <조소앙의 ‘홍범도 평전’으로 돌아가라>는 역사의 이념화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적절했습니다. 9월 6일자 <윤 대통령은 왜 지금 이념 전쟁을 하고 있나>도 눈에 띄었습니다. 성 위원=<킬러규제에 무너지는 중기 생태계> 시리즈에 나온 화평법 등 규제들은 중소기업에 국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대기업 대상으로도 역시 풀어야 하는 규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이슈는 전체 기업규제로 접근해서 고도화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9월 15일자 A2면 <韓 증시 ‘박스피’…나스닥 534% 뛸 때 코스피 83%> 기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15주년을 맞아 쓴 기획 기사 중 하나인데 흥미로웠습니다. 왜 한국만 이렇게 주가가 오르지 않았을까는 이 자체만으로도 관심이 많은 토픽입니다. 후속 보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 위원=<장애, 테크로 채우다> 시리즈는 드라마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래지향적인 기사라고도 생각했고요. 그런데 장애 테크는 비용이 관건입니다. 기사에 등장한 사례들은 모두 개인 맞춤형 장비를 사용하는데, 이런 장비는 제도적인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들이 장애인고용공단 국립재활원 정립회관 같은 곳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지를 다뤘으면 더 좋은 기사가 됐을 겁니다. 7월 25일자 시리즈에선 <‘無장애’를 디자인하다>라는 제목을 썼는데, 현실에서 무장애는 불가능합니다. 장애는 끝없는 돌봄의 과정입니다. 현실적 대안을 소개하는 후속 보도를 기대합니다. 류재천 위원=윤미향 의원이 총련 주최 간토 대지진 추모 행사에 참석한 것과 관련한 기사에서 윤 의원의 수많은 거짓말이 드러났습니다. 거짓말 모음집 같은 기사라도 써서 사회지도층의 뻔뻔함을 지적해야 합니다. 정부가 ‘나눠먹기식 카르텔’을 이유로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한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후속 보도가 있어야 합니다. 공무원이 예산 배정을 주도하는데 과학자들만 욕을 먹는 상황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우리가 조폭이냐”며 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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