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달 남쪽 고위도 지역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2019년 찬드라얀 2호 착륙선이 연착륙에 실패한 지 4년여 만이다. 임무를 주관했던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당시의 착륙 실패를 시행착오로 간주하고 이를 개선의 기회로 삼았다. 그 결과, 이제 인도는 소련, 미국, 중국에 이어 달 착륙선을 운용할 수 있는 네 번째 나라가 됐다.
인도에 앞서 신흥 우주탐사국으로 떠오른 것은 중국이다. 21세기 들어 두 차례의 달 궤도선 운용, 세 차례의 달 착륙 임무를 연이어 성공적으로 마쳤다. 달 표면 토양을 채취해 지구로 보내고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하는 등 중국의 우주 탐사 역량은 선도적인 수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달 착륙에 도전하는 나라는 더 있다. 2019년에는 이스라엘의 민간기업 스페이스IL이, 올 4월에는 일본의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가 달에 착륙선을 보냈다. 둘 다 착륙 시도 끝에 추락하고 말았지만, 그 경험은 다음 성공을 위한 자양분으로 쓰인다. 스페이스IL의 달 착륙선 설계 경험은 미국 민간기업의 달 착륙선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고, 아이스페이스는 두 번째 달 착륙선을 제작 중이다.
러시아도 올 8월 탐사선 루나 25호를 발사하며 1976년 이래로 멈춰 있던 달 탐사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안타깝게도 엔진 결함으로 달 표면에 충돌했는데,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는 반세기 가까이 달 탐사 프로그램을 중단한 것을 주요 패착으로 지목했다. 과거 루나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전문가들은 대부분 고령으로, 당대의 과학기술 지식과 성공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수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연구개발 현장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로스코스모스는 지속적인 달 탐사를 위해 뒤이어 계획 중이던 루나 26호, 27호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냉전 시대 소련의 맞수였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폴로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을 필두로, 월면에서의 다양한 탐사와 실험, 현지 자원 활용과 기지 건설까지 포함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의 달 탐사 계획과 대별되는 점은 민간산업의 영역을 달까지 확장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달 화물 수송선과 달에서의 통신 네트워크, 형태와 기능이 다양한 월면차와 로버 등의 개발에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러 나라가 앞다투어 달 탐사에 뛰어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달이라는 자연 그 자체를 탐사하기 위해서다. 달과 지구는 비슷한 시기, 비슷한 성분으로 생성된 이래 수십억 년간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다. 달에 남아 있는 태양계 역사의 흔적을 살피는 것은 곧 지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또한, 달 탐사는 인류의 정신적, 물리적 활동 영역을 지구 밖 천체로 확장한다. 대항해시대를 기점으로 인류 문명의 융성 양상이 크게 달라졌듯,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 삶의 판도가 바뀌었듯, 달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면 우리는 또 한번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이전에는 달까지 가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이제 막 시작된 ‘뉴 스페이스’ 시대는 달에서 다양한 실험에 도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화성과 같은 보다 먼 우주로 나아갈 역량을 기르는 게 목표다.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을 직접 활용하고 누비며 살아가는 ‘다행성 종족’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단계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은 2030년대에 달의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남극에는 연중 해가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많다. 거기서 얼어붙은 물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물이 생기는 즉시 승화할 수밖에 없는 달 표면에 얼음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도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지만, 물은 각종 생활용수의 원료이며 물을 분해해 얻는 수소와 산소는 발사체의 추진제이기도 하니 유용한 자원이다. 게다가 달 표면에는 희토류 원소도 많다. 지구에서 채굴 과정이 까다롭고 생산 효율이 낮은 일부 원소가 달에는 채굴이 용이한 형태로 존재한다. 많은 나라가 달 현지에서의 자원 활용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달 궤도선 다누리를 발사하며 한국형 달 탐사의 서막을 열었다. 달 궤도에 무사히 안착한 다누리는 달 100km 상공에서 달 표면과 주변 환경을 관측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인공위성과 다누리로 얻은 경험을 통해 우주 탐사 역량을 갖춘 나라로서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그 안에서 각자 페이스를 조절하며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 중국 등이 목표로 삼고 있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 유인 탐사, 달 남극 기지 구축 등은 다국가 간 협력을 전제하고 있다. 어느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수행할 규모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먼저 간다고 해서 영토를 선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구의 소유도 아닌 땅에 구축한 기지와 각종 장비만큼은 지구에서 유래한 권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우주에 나가서 얻는 지식과 경험은 직접 참여하지 않고서는 결코 얻을 수 없으며 누구도 뺏을 수 없는 귀한 자산이다. 우리가 취할 전략 중 하나는 우주 탐사 선두주자들과 협력하는 것이다. 인류 공동의 사업에 기여할 기회, 그리고 거기서 얻는 지식과 경험으로 독자적인 우주 탐사 역량을 쌓아올릴 기회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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