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색출하며 자해행위, 中 문화대혁명 연상
김대중 노무현 정신 언급 자격 있는지 자문하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민주당 주류인 친명계는 비명계를 상대로 공개 사냥을 벌이고 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비명계 설훈 의원이 가결표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설훈 의원 스스로가 격앙돼 ‘내가 이재명을 탄핵한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라디오에서 말한 것이다. 이는 무기명 비밀투표 원칙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민주공화국에서 벌어지는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장면들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친문 성향의 고민정 최고위원은 표결 후 “다음 총선에서 저의 당선을 막겠다는 당원들의 문자가 쇄도한다”며 “저는 부결표를 던졌다. 제가 이런 말을 한들 제 말을 (당원들이) 믿어주시겠느냐”고 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 경제학 박사인 어기구 의원은 비밀투표 원칙을 어기고 자신이 부결표를 던졌다고 아예 ‘인증샷’을 공개했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살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반응을 SNS에 올렸다고 한다. 개딸들은 가결표를 던졌다고 여기는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에 찾아가 고성을 지르고 출동한 경찰과 대치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후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며 오래전 중국의 문화대혁명(문혁)이 오버랩된다. 마오쩌둥이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 전역에서 주도했던 문혁은 표현 자체에는 긍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실체는 사회문화 전반의 파괴였다. 마오의 지시를 받은 홍위병들은 반대파를 자본주의 색채를 가진 사람들이라 숙청하고 옛날 풍습으로 보이는 건 없앴다. 이 반달리즘으로 4000년 중화 문명 상당수가 사라졌다. 공자와 관우의 사당이 훼손되기도 했다.
지금 친명계가 주도하는 비명계 사냥과 문혁의 공통점은 반대파 색출 과정에서 자신의 핵심 자산에 자해 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마오와 홍위병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류의 문화유산을 때려 부순 것처럼, 이 대표와 친명계는 자신들의 당권과 총선 공천권을 위해 68년 민주당의 소중한 정치적 유산인 ‘민주’를 무너뜨리고 있다. 필자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새천년민주당 때부터 20년 넘게 민주당 사람들을 취재하고 만나고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민주당 사람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보수 인사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토론과 설득이 몸에 배어 있고 그런 정치적 훈련을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민주당이 지켜 온 ‘민주’의 요체였다. 진보진영이 도덕적 우윌감을 주장하는 것도 단순히 운동권 출신이라는 걸 넘어 이런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민주당에서 비민주적 광풍이자 자신의 자산과 정체성을 파괴하는 정치적 반달리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친명계가 느끼는 압박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용산과 검찰에 대고 “대선도 끝났는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치고 싶을 것이다. 여기서 밀리면 내년 총선에서 우수수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보니 무리수를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이 이재명 없는 민주당을 긴장하며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민주당 스스로 간과하고 있다. 총선은 196일 남았고, ‘포스트 이재명’ 체제로 혁신 경쟁을 벌일 시간도 있다. 개혁과 혁신은 원래 민주당이 강한 영역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정체성을 포기하고 사교 집단을 방불케 하는 극단적 사당화를 택한다면, 총선 승리 가능성은 고사하고 그토록 강조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언급할 자격조차 걷어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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