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초중고교 다문화 학생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2027년까지 3110억 원을 들여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학생들을 위해 최장 1년의 한국어 예비과정을 운영하고, 매년 100∼200명씩 선발해 대학 졸업 때까지 ‘글로벌 우수인재 장학금’을 주며, 내년에 다문화 특화 직업계 고교를 10곳 신설하는 등 직업교육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베트남과 중국을 중심으로 이주민이 증가함에 따라 다문화 학생 수도 18만1000명으로 10년 새 3.2배로 늘었다. 전체 학생의 3.5%가 다문화 학생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가 서툴러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중고교 학업 중단율은 전체 평균보다 높고, 대학 진학률도 40.5%로 국내 학생들과의 격차가 커지는 추세다. 현행 한국어 교육은 생활언어 중심이어서 수업에는 별 도움이 안 되고 중도에 입국한 학생들의 경우 강사 1명이 74명을 가르치는 등 교육 여건이 열악한 수준이다.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는 정도가 될 때까지 지속적인 한국어 교육과 기초학습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올해 5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들은 진로를 탐색하고 계획하는 능력이나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는 자립 역량 모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후 사회생활에서도 상대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상당수 학생들은 부모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진로 역량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다문화 학생들의 진로 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부모 세대의 한국어 교육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 거주 외국인 비율이 5%에 육박하면서 다인종 국가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이주민 자녀 세대의 자존감과 국내 성인들의 다문화 수용성 모두 떨어지는 추세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확보와 사회 유지를 위해 이주민의 존재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는 우려되는 현상이다. 다문화 청소년들의 적응을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부모 세대가 떠나온 나라에 자긍심을 갖도록 정체성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내 학생들의 타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다양한 배경의 청소년들이 차별 없이 돕고 경쟁하며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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