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핵 고도화” 헌법 명시… 불안감 숨긴 ‘불량국가 허세’일 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일 23시 57분


북한이 지난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핵보유국으로서 생존권·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평화·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하고 작년 9월 ‘핵무력 정책’을 법령화한 데 이어 헌법에 핵 증강 지속 의지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북한의 헌법 개정은 미국의 확장억제력과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에 대응해 핵무기 보유와 개발을 영구화함으로써 향후 비핵화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비타협 의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이미 불법 핵 개발로 온갖 제재를 받는 처지에서 아무리 스스로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해도 국제사회 어느 나라로부터도 인정받을 수는 없다. 핵 사용을 법령화한 것도 모자라 핵 개발을 헌법에 명시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오히려 ‘흉한 문신을 새긴 불량배’라는 오명만 굳힐 뿐이다.

이런 기괴한 허세의 밑바닥엔 취약한 국가의 핵무기 개발이 안고 있는 근원적 불안감이 깔려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폐쇄했던 국경을 열고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에 나선 북한이다. 우선은 오랜 곤궁에서 벗어나려는 주민들의 욕구를 억누르며 국내적 불만을 핵 물신화(物神化)로 전환하려는 선동의 일환일 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반미(反美) 전선 합류가 당장은 중·러의 환영을 받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북핵은 중·러 안보에 큰 불안 요인이다. 이번 헌법 개정이 장기판의 졸(卒)이 될 수는 없다며 중·러를 겨냥한 메시지로도 읽히는 이유다.

북한이 핵 증강 욕망을 헌법에까지 못 박은 상황에서 북핵 해결의 돌파구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동북아에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한층 강화되는 터에 북핵 게임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허튼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군사적 대응 태세를 단단히 갖추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꾀하는 위험한 연대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빈틈을 찾아 교란하고 검은 거래를 저지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때다.
#북한#핵무력 정책#법령화#핵 고도화#헌법 명시#불량국가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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