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 제80차 회의에서 해상운송 선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50년 무렵까지 기존 2008년 대비 넷제로(net-zero·100% 감축) 수준으로 상향 결정하였다.
글로벌 해운기업들은 대응에 분주하다. 최근 덴마크계 컨테이너 선사 머스크에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선을 인도받으며 메탄올 추진선의 시대를 열었다. 국적 컨테이너 선사 HMM도 올 2월 메탄올 추진선 9척을 발주하는 등 친환경 전환에 적극적이다. 결국 근본적인 대안은 친환경 선박인데, 그 비용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메탄올 추진선의 경우 기존 선박 대비 건조 비용이 약 16% 더 높으며, 암모니아 추진선의 경우 24% 더 높다. 2월 해양수산부에서 2050년 국제 해운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고 친환경 선대 전환 지원, 중소 선사 특별 지원 등이 포함된 4대 추진 전략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2023년 정부 친환경 선박 지원 예산이 약 130억 원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 및 중견 선사들이 주로 운항하는 아시아 역내 항로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 물동량이 운송되는 지역이다. 최근 다수 기업이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 및 확대하면서 그 증가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회를 포착한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아시아 항로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시도 중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친환경 경쟁력이 낮은 국내 중소 및 중견 선사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접근을 통해 아시아 역내 항로에서의 표준을 국내 해운업이 오히려 주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세계 친환경 선박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을 앞세워 원양 선사 대비 단거리 운항 위주인 중소 및 중견 선사들에 비용 및 기술적으로 더 적합한 친환경 선박 표준을 국제 해운사에 제안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 밖에도 정부 주도하에 중소 및 중견 해운기업과 국내 에너지기업 간 협의체 구성을 통해 친환경 선박 표준을 뒷받침할 연료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 또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 환경 규제를 계기로 국내 중소 및 중견 해운기업들이 위기를 잘 극복하여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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