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축구 국가대표팀이 아시안게임 4강 티켓을 따내기 위해 맞붙은 1일. 중국 광저우에서 경기가 열린 만큼 현장에선 중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쏟아졌다. 그런데 당시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진행된 ‘클릭 응원’에서도 92%가 중국을 응원하고 한국 응원은 8%에 그쳤다는 결과가 나왔다. 같은 경기에서 네이버가 실시한 ‘터치 응원’에선 한국을 응원한 비율이 94%, 중국은 6%였다. 이렇게 상반된 결과가 나온 이유가 뭘까.
▷다음의 응원하기에서 한국보다 다른 나라를 압도적으로 응원한 사례는 여럿 있었다. 지난달 13일 열린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축구 친선 경기에선 사우디 응원 비율이 52%였고,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의 아시안게임 축구 16강전에서는 키르기스스탄이 85%의 응원을 받았다. 여자 축구에서도 남북한이 맞붙은 아시안게임 8강전에선 북한에 75%, 한국과 홍콩 간의 예선전에서는 홍콩에 91%의 응원이 몰렸다. 이 정도면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의심스러운 대목은 더 있다. 평소 이용자는 네이버가 다음보다 6배가량 많다(마케팅 조사 업체 샘러시 8월 집계 기준). 반면 축구 한중전 응원 클릭 수는 다음이 네이버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누군가 매크로 프로그램(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소프트웨어)을 통해 대량으로 클릭을 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 만하다. 로그인을 해야 응원에 참여할 수 있는 네이버와 달리 다음은 누구나 횟수에 제한 없이 클릭을 할 수 있어서 조작에 취약하다는 측면도 있다. 결국 다음은 “클릭 응원 숫자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다”며 이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문제는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느냐다. 여권과 일부 누리꾼은 중국을 배후로 지목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친중국 메시지를 전파하고 외국의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온 터다. 2020년 한국 총선 때에도 중국 측이 온라인에서 보수진영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했다는 ‘차이나 게이트’ 의혹이 불거진 적이 있다. 여당에선 해외에서 접속하는 이용자들은 댓글에 국적을 표기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음 클릭 응원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근거가 없다. 일각에선 한국 누리꾼이 장난으로 한 짓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사건을 의아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고, 정치권으로까지 논쟁이 번진 만큼 유야무야 넘길 수는 없어 보인다. 다음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번 일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다. ‘차이나 게이트’의 증거가 될 사안인지, 아니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인지는 그다음에 따져봐도 늦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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