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이달 1일로 체결 70주년을 맞았다. 양국 모두에서 이를 기념하는 각종 세미나와 학술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역대 한미연합군 사령관들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한미동맹은 전 세계 모두의 자랑이자 희망의 초석”이라고 했다. 한미 외교장관들은 “필수 글로벌 파트너십”, “가장 강력하고 성공적인 동맹”이라는 평가를 주고받으며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의 역사는 한미동맹과 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북한의 끊임없는 핵 개발과 침공 위협 속에서도 한국이 급속한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뤄 낼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굳건한 안보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기도 했다. 최근 한미관계 인식조사에서 “한미동맹이 중요”하며 “유사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전체의 90%를 넘어선 것은 동맹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를 보여주는 단적인 수치다.
한미동맹은 이제 전통적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 기술 등 전방위적으로 범위를 넓혀 가며 진화하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산업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해 손잡은 핵심 파트너로서 협력 논의는 어느 때보다 긴밀하다. 양국이 정상회담 등에서 약속한 바이오, 우주, 양자컴퓨팅 등 첨단 신흥기술개발 협력의 구체적 이행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미동맹이 단단해진 만큼 함께 풀어가야 할 도전과 과제 또한 어느 때보다 난도가 높아져 있다. ‘핵 고도화’를 헌법에 노골적으로 명기한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하며 정찰위성과 장거리미사일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로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안보 불안이 상존한다.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 속에 자국 우선주의 흐름도 거세질 조짐이다.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안보와 경제 등이 총체적으로 얽혀드는 복합위기의 파고가 만만찮다.
이제 한미 앞에는 동맹을 미래 협력의 새 틀로 한층 업그레이드할 새로운 숙제가 놓여 있다. ‘워싱턴 선언’을 통해 공약한 확장억제 강화 등을 통해 동맹의 공고화에 집중해야 할 때다. 대선과 정권교체 등 국내 정치적 변수로 동맹이 퇴보하는 일이 없도록 협력의 지속성을 확보해 내야 한다. 상호 윈윈을 위한 최적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요구를 당당하게 제시할 수 있는 동맹외교 역량도 키워 가야 할 것이다. 미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으로 함께 써 나가게 될 또 다른 70년의 동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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