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으로 인한 사회 및 경제 위기 심각
은퇴자의 경제활동 재참여가 문제 해결에 기여
노장년층 재취업교육, 대학의 새 돌파구 될 것
지난 반세기, 우리 사회가 겪은 변화는 여러모로 경이롭다. 세계에서 가장 빈곤했던 국가가 이제는 다른 나라를 돕는 부국(富國)이 되었다. 그리고 폭증하던 인구는 오히려 급감하고 있다. 실제로 1970년에는 한 해에 100만 명이 태어났으나 한 세대가 지난 2002년에는 그 숫자가 꼭 절반인 50만 명으로 줄었다. 그리고 20년이 더 지난 2022년에는 또다시 절반으로 줄어 신생아는 25만 명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는 0.7명 정도인데 이는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적은 숫자다.
반면에 반세기 전의 우리 평균 기대수명은 50세 정도에 그쳤으나, 현재는 84세에 이르렀다. 이는 일본 그리고 스위스 등과 거의 같은 수준인데, 조만간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신생아 감소와 고령화가 모두 빠르게 진행되었으니 생산과 소비의 핵심 연령층인 15세에서 54세까지의 인구 비율이 급속히 떨어지는 것은 필연이다. 이러한 인구절벽은 심각한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일인데, 우리는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한편, 우리 젊은이들의 대학 진학률은 이미 오래전부터 70%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40여 %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많은 대학이 1990년대 후반에 새로이 설립되었고, 학생 확보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던 시절을 지내며 현재의 우리 사회는 한 해 대학 입학정원 50여만 명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2022년생이 대학에 입학할 2040년에는 높은 진학률을 유지하더라도 전체 신입생은 17만 명밖에 안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처럼 학생들이 서울로 쏠리면 지역대학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지역 자체도 생기를 잃을 것이며 이는 결국 대한민국이 소멸하는 길이다.
인구절벽과 이로 인해 야기되는 여러 문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장시간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할 국가적 과제로, 특히 법을 통해 사회제도를 바꿀 수 있는 입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에는 관심 없이 소속 정당이나 자신의 이득에만 얽매여, ‘각자도생’으로 일관하고 있는 우리 국회는 참으로 아쉽다. 제대로 된 의원 선출은 국민의 몫이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성의를 갖고 선거와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결국 저질의 인간들이 우리를 지배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는, 이미 수년 전 서울대 김태유 교수가 그의 저서 ‘은퇴가 없는 나라’에서 제안한 소위 이모작(二毛作) 인생 가꾸기로 믿어진다. 기업에 다니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50대 중반도 못 되어 퇴직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의 주장은 이런 은퇴자들을 다시 생산 주체로 바꾸어 인생에서 두 번째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회체제를 가꾸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생산과 소비의 핵심 연령층을 60대 후반까지 연장할 수 있다면, 이는 인구절벽으로 인한 사회 문제 및 경제 위기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이모작 인생을 위한 새로운 사회체제 만들기에는 무엇보다도 대학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그간의 대학은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기관이었다. 그리고 대학 교육은 학업을 마친 후 직업인으로 30여 년 사회 활동을 하다가 은퇴하는 전형적인 일모작(一毛作) 인생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대학은 이모작 인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노장년층 교육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60대 인력도 대다수가 사회에 참여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면 이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보람 있는 삶이 될 것이다.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며 국민 모두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길이다.
대학들은 이미 평생교육을 맡고 있는데, 그 과정의 목표는 주로 은퇴자들이 문화적이나 지적(知的)으로 좀 더 풍부한 삶을 가꾸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교육 대상 및 목표를 새롭게 잡아야 할 것이다. 은퇴 이전의 연령층을 교육하면서 이들이 과정을 이수한 후에는 새로운 취업에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용적인 목표를 지녀야 한다. 아울러 교육 방법 자체도 대면 교육 같은 과거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미 젊은이들만으로는 존립하기 어렵게 된 우리 대학들이다. 새로운 돌파구를 노장년층 교육에서 찾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한 대학의 책무이기도 하다.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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