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명수 大法’ 전원일치 판결 14.7%뿐… 대법관 양극화의 단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4일 23시 57분


24일 6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후 직원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뉴시스
24일 6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후 직원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뉴시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6년간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결 가운데 대법관 전원일치로 판결한 비율이 1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훈 사법부(36.8%)나 양승태 사법부(33.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이용훈, 양승태,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임기 중에 이뤄진 전합 판결 325건을 동아일보가 전수 분석한 결과다. 김명수 사법부에서 진보-보수 성향 대법관들 간에 의견 차이가 더 커졌다는 방증이다.

대법원 재판은 통상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는 소부(小部)에서 담당한다. 국민의 관심이 높거나 역사적 쟁점에 대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한 사건,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 등만 최고 판결 기구인 전합에서 다룬다. 사회적·법리적으로 특별히 중요한 사건을 엄선해서 법원행정처장을 겸직하는 대법관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각 대법관은 법리 해석의 권위자들인 만큼 전합 재판에서 소수의견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대법관들의 판단이 일치할수록 논란과 갈등의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과거에는 대법관들이 서로 설득하고 타협하면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 이용훈, 양승태 사법부에서도 대법관들의 성향은 다양했음에도 전합 사건의 3분의 1가량은 전원일치 판결이 나온 이유다.

그런데 김명수 사법부에서는 전합 사건 116건 가운데 17건만 대법관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였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에는 반드시 노조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판결 등 대법관 7 대 6의 의견으로 결론이 난 사건도 6건 있었다. 대법원의 다양성 확대라는 측면에서만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대법관들 간에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공감대를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법적 판단의 마지막 단계인 대법원 재판에서는 다양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여론이 둘로 갈린 사건들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면 패소한 측에서는 결과에 수긍하기 어렵게 된다. 대법관들이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자신의 성향에 따른 판단을 내세운다면 사회적 갈등의 종결자 역할을 다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대법원 재판#대법관 양극화#전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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