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49%가 “북한이 한국을 침공했을 때 미군이 방어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당별 반대의견은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층에서 53%, 진보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 43%였다. 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지난달 미국인 3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례 여론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이런 수치는 미국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상호방위라는 한미동맹의 핵심을 잘 모르거나 크게 얽매일 필요를 못 느낀다는 걸 보여준다. 한국 방어 지지 여론은 2년 전 같은 조사 때 63%에서 50%로 낮아졌다.
군사 개입을 더 꺼리게 된 미국 여론은 우리 안보전략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현 정부는 자유 진영의 결속을 앞세워 한미일 3국 공동 협력이란 새 틀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한미동맹의 상호방위 약속은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에 맞춘 3국의 즉각 대응이 우리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내에는 미국이 냉전 종식 이후에도 글로벌 경찰 역할을 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유권자를 파고들어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왜 (큰 비용이 드는) 주한미군을 대규모로 유지하는지 모르겠다”고 백악관 회의에서 발언한 적도 있다. 동맹과 안보를 비용과 거래의 관점에서 보는 트럼프다운 면모라고 넘길 수는 없다. 이런 트럼프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트럼프는 최근 미 하원이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등에 32조 원을 쓰는 예산안을 일단 제외했을 때도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을 재건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권자들로선 미국 우선주의에 솔깃할 수 있다.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한다면 트럼프의 개인적 외교 구상과 보수적 여론이 맞물려 동맹외교의 틀을 벗어날 가능성이 엄존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 안보전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이고 트럼프 2기를 구성할 공화당 전문가그룹과 물밑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트럼프가 기용했던 고위급 안보 참모들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전통적 동맹외교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에 중요한 파트너다. 또 우리 정부는 70년 한미동맹이 미국의 국익에 어떻게 도움을 줬는지를 미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는 공공외교에 더 나서야 한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우리 뜻과 달리 주한미군의 규모나 역할을 조정하려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군 개편 및 정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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