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사법부가 정부에 ‘더욱 강력한 기후 대응’을 명한 네덜란드의 기후소송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기후재판’의 가장 첫 장면에 등장하는 캐나다 정치인 자그밋 싱의 말이다. 올봄, 우리 청소년 기후소송을 알리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이 영화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우리말 자막을 만들면서 가장 번역에 고심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평균 2.7도 상승. 세계 각국이 저마다 ‘야심찬 감축’이라며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모두 달성됐을 때 이번 세기 말까지 예상되는 온도 변화다. 과학자들은 1.5도 상승을 넘어가면 대재난 수준의 변화가 예상되고, 2도 이상 상승하면 그 운명을 점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를 정말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싸우고 있을까. 기후변화를 말하는 정부의 정책에는 ‘위기’보다 ‘성장동력’이라는 말이 더 자주 등장한다.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내세우며 친환경 사업을 늘리겠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배출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정부와 기업은 한목소리로 기후변화는 중요하지만 대응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결과가 ‘평균 2.7도 상승’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지엔 아무도 답을 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마스크 제조업의 성장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그것을 ‘기회’라고 평가하지 않듯이 기후변화의 본질은 위기이지 기회가 아니다. 이 위기 속에서도 경제적, 사회적 발전의 잠재력을 찾으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위기 극복의 주된 방식이 될 수는 없다. 기후변화와의 싸움은 우리 생존을 걸고 전력을 다해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다.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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