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을 이스라엘에 급파했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마스의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정황도 나타나면서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혹은 ‘신(新)중동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전쟁 리스크가 덮쳤다.
한국 경제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당장 9일 국제유가가 5% 가까이 급등해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한국의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9.5%에 이른다. 2021년 60% 밑으로 떨어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시 중동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중동까지 위기에 휩싸이면서 에너지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안전자산 쏠림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던 한국 경제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크게 휘청거렸다.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했고, 물가도 요동쳤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급감하며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고, 에너지 무기화에 따른 공급망 위기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에서까지 전면전이 터져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직면하게 된다면 한국 경제가 입을 피해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유가가 급등할 경우 안 그래도 꿈틀대고 있는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강(强)달러 현상에 따른 고환율도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높이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정세 불안정으로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면 수출 반등을 기반으로 한 경제 회복 전략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최근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옥죄면서 ‘상저하고’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중동발 불안이 장기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장단기 원유 수급 대책은 물론이고 에너지 수입원 다변화 전략, 금융 및 외환시장의 리스크, 수출 전략 등을 원점에서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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