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1년 새 134조 원 빚 낸 2030 세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1일 0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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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치솟던 가계빚 증가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작년 4분기 들어서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통틀어 7조8000억 원이 줄었는데 통계 편제 이래 첫 감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연 3%대로 올라선 데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 대출금리 인상을 알리는 은행 문자메시지에 벌벌 떨고, 상투에 집을 사서 물렸다며 땅을 치는 ‘영끌족’이 한둘 아니었다. 전세를 끼고 갭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이 ‘갭거지’가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도 반짝이었다. 올 들어 한은이 줄곧 금리를 동결하고 금융당국의 은행권 ‘이자 장사’ 질타에 대출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빚을 갚으려던 사람들이 생각을 바꿨다. 특히 봄 이사철 이후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영끌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에선 배터리 투자 광풍이 빚을 내서 돈을 벌려는 ‘빚투족’의 귀환을 부추겼다.

▷영끌·빚투에 앞장선 이들은 이번에도 2030 청년층이다. 팬데믹 시기에 아파트 ‘공포 매수’를 주도하고, 주식 투자에 뛰어든 ‘동학개미운동’ 세대다. 국감 자료를 보면 올 7월까지 1년 동안 5대 시중은행과 6대 증권사에서 이들이 새로 받은 대출은 134조 원에 육박한다. 1년간 해당 은행들에서 162조 원의 주택담보대출이 나갔는데 절반가량이 20, 30대 몫이었다.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의 3분의 1을 30대 이하가 사들였다고 하니 곧장 주택담보대출로 이어진 셈이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2주 연속 상승세다. 서울에선 ‘미친 집값’으로 불리던 급등기의 80∼90% 수준을 회복한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집값이 다시 꿈틀대자 이번에도 때를 놓치면 나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 심리가 2030세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어렵게 취업한 일자리마저 저소득 비정규직이 많다 보니 착실히 돈을 모으기보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로 한방을 노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고금리와 저성장이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다시 최고 7%를 돌파했고, 미국발 고금리 시대는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득과 자산이 적은 청년들이 감당하기 힘든 나락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20, 30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주식 거품이 빠지면 대박을 노린 섣부른 투자가 쪽박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한은 총재가 “다시 낮은 금리로 갈 거라고 생각하고 집을 산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젠 ‘아파트 때문에 나라 망하겠다’는 아파트 망국론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

#가계빚#증가세#고금리#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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