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MF 보고서, 韓 성장률 25년 만에 日에 역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1일 00시 18분


지난달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3.9.21 뉴스1
지난달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3.9.21 뉴스1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7월에 내놨던 것보다 0.2%포인트 낮췄다.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의 경기 회복세, 고유가 등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내년에도 저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게다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 일본에 역전당할 것이 확실시된다.

IMF가 전망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2.9%로 3개월 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중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가 일제히 0.2∼0.4%포인트 하락한 가운데 한국 전망치 역시 2.4%에서 2.2%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미국은 1.5%로 0.5%포인트 높아졌고, 일본은 1.0% 전망이 유지됐다.

IMF가 내년 세계 성장률 전망을 낮춘 건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고금리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전망에는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번질 경우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이 각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이 중 중동산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한국의 주변 상황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12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최근 4개월간 무역수지 흑자가 난 것은 유가가 작년보다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면 물가는 또 불안해지고, 정부가 억눌러온 전기요금 등의 인상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만년 저성장국’ 일본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IMF는 7월 전망에서 1.4%로 한국과 동일하게 잡았던 올해 일본 성장률을 이번엔 2.0%로 0.6%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엔저 특수’를 누리는 수출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몰리면서 서비스업까지 살아나 경기가 활력을 띠고 있어서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등 주력 수출산업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화 약세의 플러스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수입물가 급등이란 부작용만 커지는 중이다. 약화돼 있던 경제 기초체력이 한국의 미래를 짓누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한국의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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