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7월에 내놨던 것보다 0.2%포인트 낮췄다.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의 경기 회복세, 고유가 등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내년에도 저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게다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 일본에 역전당할 것이 확실시된다.
IMF가 전망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2.9%로 3개월 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중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가 일제히 0.2∼0.4%포인트 하락한 가운데 한국 전망치 역시 2.4%에서 2.2%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미국은 1.5%로 0.5%포인트 높아졌고, 일본은 1.0% 전망이 유지됐다.
IMF가 내년 세계 성장률 전망을 낮춘 건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고금리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전망에는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번질 경우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이 각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이 중 중동산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한국의 주변 상황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12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최근 4개월간 무역수지 흑자가 난 것은 유가가 작년보다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면 물가는 또 불안해지고, 정부가 억눌러온 전기요금 등의 인상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만년 저성장국’ 일본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IMF는 7월 전망에서 1.4%로 한국과 동일하게 잡았던 올해 일본 성장률을 이번엔 2.0%로 0.6%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엔저 특수’를 누리는 수출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몰리면서 서비스업까지 살아나 경기가 활력을 띠고 있어서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등 주력 수출산업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화 약세의 플러스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수입물가 급등이란 부작용만 커지는 중이다. 약화돼 있던 경제 기초체력이 한국의 미래를 짓누르고 있다.
댓글 0